기로에 선 검찰총장 .. '임기보장' 겨우 매듭..이번엔 人事 책임론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7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청사 8층 검찰총장실.
'검란(檢亂)'의 소용돌이 속에서 김각영 검찰총장(60)은 간부들과 청사 내 간부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돌아온 뒤 생각에 잠겼다.
작년 11월 취임 당시 17년 전 충무지청장 재직 때의 불미스런 사건 보도가 그를 괴롭혔지만 지금처럼 곤혹스럽지는 않았다.
지난달 노무현 정부 출범에 맞춰 검찰총장 교체 여부 혼선 속에서도 노 대통령이 '검찰총장의 임기를 법대로 보장하겠다'고 말해 논란이 가라앉았었다.
김각영 검찰총장이 '보령 촌놈'에서 지난 72년 군 법무관을 거쳐 75년 대구지검 검사로 시작해 달려온 검찰 생활 30년 만에 최대 시련을 맞고 있다.
검찰 후배들은 강금실 법무장관의 파격적인 인사 지침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았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런 항명 파동에 청와대에서는 대통령이 검찰 지휘부에 책임을 묻겠다고 한다.
평소 어눌한 말씨로 유머 감각이 넘치는 김 총장.이날 서초동 대검청사 앞에서 기자들이 "오늘 아침 사표를 냈다는 얘기가 있는데"라고 묻자 김 총장은 "그런 것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무표정하게 답변했다.
그렇지만 지난 6일 검사장급 이상 고위 간부들의 대폭 '물갈이'를 유도하는 법무부의 인선 지침이 대검에 통보된 이후 터져나온 검사들의 불만은 김 총장의 책임론으로 급속하게 번졌다.
일부 검사들은 강금실 법무장관이 취임 이후 검찰을 일방적인 개혁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데도 김 총장은 자신의 임기를 보장받는 데만 급급했지 강 장관에게 검찰 입장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고 있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실제로 전날 긴급회의에서도 부장급 간부들은 "이번 사태의 책임을 지고 김 총장은 사퇴하라" "검찰의 위상이 이 정도밖에 안되느냐"며 울분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김 총장이 지난 6일 인사 지침을 통보받았다고 알려진 것과 달리 사전에 수차례 강 장관과 협의를 거친 것으로 알려져 후배는 물론 동료들도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검사에 대한 인사권이 법무장관에게 있지만 김 총장이 강 장관과 사전 협의를 거쳤다면 적어도 그간 관례대로 검찰을 대표해 의견을 내고 중재자 역할을 제대로 했어야 한다는 얘기다.
32대 김각영 검찰총장의 전임인 이명재 총장은 작년 11월 피의자 구타·사망 사건으로 취임 10개월 만에 물러났다.
그 앞의 신승남 총장은 2000년 1월 친동생의 이용호 게이트 연루 의혹과 관련해 불명예로 옷을 벗었다.
김각영 총장이 3대 연속 불명예 퇴진이라는 오명을 남길지,아니면 슬기롭게 난관을 돌파할지 주목되고 있다.
김후진 기자 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