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7일 새정부 각료와 청와대 비서진 전원을 과천 공무원교육원에 '집합'시켰다. 역대 정권 사상 처음으로 신임 각료와 청와대 비서진이 1박2일간 합숙토론을 하기위해서다. 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재벌개혁 검찰및 국가정보원 개혁 정부개혁 문화혁신 등에 대한 자신의 국정구상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재벌개혁=노 대통령은 '서서히 그러나 지속적으로' 개혁해 나가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개혁의 속도는 기업이 감당할 수 있을만큼 적절히 통제해 나가되 5년간 내내 한시도 쉬지 않고 개혁한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톤은 상당히 높아졌다. "회오리바람을 몰아치듯이 하지 않으면 국민들이 믿지 않는다.바싹 끈을 조여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재벌'이라는 특정집단과 대립하는 모양새는 좋지 않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재벌이 아직은 문제점이 있지만 특정 집단을 겨냥해 정책을 펴고 공격하는 느낌을 주는 표현은 좋지 않다"면서 "앞으로는 '재벌개혁'을 '시장개혁'이라는 말로 바꿨으면 한다"고 밝혔다. ◆검찰 및 국정원개혁=노 대통령은 검찰을 언급하면서 "개혁해야 한다"는 말을 2차례 반복했다. 특히 파격인사에 대한 검찰의 반발과 관련,"국민들의 불신을 받고 있는 조직이 그 조직의 기존 문화를 그대로 지켜달라,서열주의를 파괴하는 발탁인사는 하지 말아달라고 하는 것은 명분이 없다"며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그는 "뭔가 의지하려고 하면 검찰에 특별한 권력을 줘야 하고 그 경우 검찰은 국민 위에 군림하려고 한다"고 지적한뒤 "검찰에 신세지지 않고 정권을 5년간 당당하게 이어가 보고 싶다"며 단호한 의지를 내보였다. 노 대통령은 이날 늦게 합류한 강금실 법무장관을 '철의 여인'이라며 격려했다. 국정원과 관련해서도 노 대통령은 "국내정치에 관해 보고를 받지 않겠다.정치게임에 관한 보고는 일체 받지 않겠다"면서 "국정원은 남북관계나 국제관계 등 자기 할일을 해달라"고 주문했다. ◆정부개혁=노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부터 밝혀온 대로 조직개편에는 크게 무게를 두지 않았다. 공무원들이 개혁의 '객체'라기 보다는 '동반자'라는 지적도 빼놓지 않았다. "조직개편에는 저항이 항상 따르고 갈등과 비용을 낳기 때문에 일거에 하지는 않겠다"는 설명이다. 그는 "작은 정부를 공약한 적도 없다"면서 "노무현식 개혁은 효율적인 정부를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공무원 사회가 진화하는 조직이 돼야 하며 공직자들은 자세가 달라져야 한다"며 새로운 각오를 주문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재경부와 행정자치부를 언급,"유능한 인재가 일할 곳이 마땅치 않아 임시 배치된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고 말해 미묘한 여운을 남기기도 했다. ◆언론개혁=노 대통령은 "대통령이 된 것은 언론과 긴장관계 덕분"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깨끗해지기 위해 언론과 약간의 긴장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정.언 유착을 경계한 것이다. 그러면서 "적당하게 타협하지는 말자"며 "가판보고 (기사를)빼달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걸 안하면 공직사회도 투명해진다"고 말했다. 특정 언론에 대한 소회도 밝혔다. "나는 10여년 동안 일부 언론과 긴장관계를 유지해왔다.스스로 몸가짐을 조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물론 조심해도 많이 긁혔지만 치명적인 실수는 하지 않을 수 있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