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낮 12시 서울 서초동 대검청사 3층 간부식당. 김각영 검찰총장(60)은 평소처럼 간부들과 점심식사를 함께 했지만 분위기는 납덩이처럼 무거웠다. 평소 유머 감각을 잃지 않았던 김 총장이었지만 오후 내내 무표정했다. 평검사들까지 집단적으로 인사 불만을 표출하고 있는 사상 초유의 '검란(檢亂)' 소용돌이 속에서 누구보다 곤혹스런 김 총장. 김 총장은 지난달 노무현 정부 출범을 앞두고 '검찰총장 교체론'이 불거져 나오면서 상당히 힘들어했지만 개인적인 거취 문제여서 이번 '검란'과는 차원이 다른 고민이었다. 더욱이 노무현 대통령이 '검찰총장의 임기를 법대로 보장하겠다'고 진화한 덕분에 그는 임기를 채우는 것으로 검찰 안팎에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 '검란 파동'으로 30여년 검사 생활의 최대 시련을 맞고 있다. 그는 노무현 정부의 '개혁 드라이브'와 '검찰조직의 총수에 거는 기대'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하는 실로 곤혹스런 처지에 놓였다. 밖에서는 그에게 검찰개혁에 앞장서줄 것을 기대하는 '사인'을 보내고 있고 검찰 내부 후배검사들은 강금실 법무장관의 파격적인 인사 지침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았다며 비판하는 분위기다. 평검사들의 집단행동에 노 대통령이 검찰 지휘부 문책 의지를 밝혀 그를 더욱 압박하는 형국이다. 김 총장은 지난 3일 강금실 법무장관을 찾아가 검찰조직의 특수성을 누누이 설명하면서 '서열을 너무 깨면 곤란하다'는 입장을 전했지만 강 장관은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지난 6일 검사장급 이상 고위 간부들의 대폭 '물갈이'를 유도하는 법무부의 인선 지침이 대검에 통보된 이후 터져나온 검사들의 불만은 급기야 '김 총장 책임론'으로 번졌다. 일부 검사들은 강 장관이 취임 이후 검찰조직 전체를 '도매금으로' 개혁 대상으로 몰고 있는데도 김 총장은 자신의 임기를 보장받는 데만 연연했다면서 불만을 터뜨렸다. 더욱이 김 총장이 지난 6일 인사 지침을 통보받았다고 당초 알려진 것과 달리 사전에 수차례 강 장관과 협의를 거친 것으로 밝혀지면서 평검사들은 물론 고참 검사들도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이날 김 총장과 사시 12회 동료인 이종찬 서울고검장은 검찰을 떠나면서 "개혁도 (조직)미래의 생산성을 높이는 차원에서 진행돼야 한다"며 불편한 심경을 내비쳤다. 32대 김각영 검찰총장의 전임인 이명재 총장은 작년 11월 피의자 구타·사망 사건으로 취임 10개월 만에 물러났다. 그 앞의 신승남 총장은 2000년 1월 친동생의 이용호 게이트 연루 의혹과 관련해 불명예로 옷을 벗었다. 김각영 총장이 3대 연속 불명예 퇴진이라는 오명을 남길지,아니면 슬기롭게 난관을 돌파할지 주목되고 있다. 김후진 기자 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