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졸 구직자들의 취업문턱 넘기가 그 어느 때보다 힘들다. 많은 수의 기업들이 경기 회복에 대한 불안감으로 올해 채용계획조차 잡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다 상시 구조조정이 산업 현장에 자리매김하면서 절대적으로 줄어든 일자리 수와 신규 대졸자보다는 경력사원을 선호하는 기업들의 변화된 채용 트렌드는 청년 구직자들의 발걸음을 더욱 무겁게 하고 있다. 지난해말 현재 20~29세 청년 실업자 수는 모두 27만1천명. 전체 실업자 67만6천명의 40%를 육박하는 수치다. 평균 실업률도 전체 실업률(3.0%)의 두배가 넘는 6.4%를 기록했다. 청년층이 구직 과정에서 겪는 체감실업률은 이보다 더하다. 그렇다고 실망하고 좌절하고만 있을 수는 없다. 몇번 낙방의 고배를 마셨다고 조급해할 필요도 없다. 취업재수는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취업은 더 이상 2~3개월의 단기전이 아니기 때문이다. '반짝' 준비로는 취업 대란에서 살아남기 힘들다. 준비하는 사람에게는 기회가 많은 법. 채용시장이라고 해서 이말이 예외가 될 수는 없다. 굳게 걸린 취업문의 '빗장'을 풀기 위해선 우선 자신의 몸값을 높여 상품 가치를 극대화하는 취업 전략을 세우는 것이 필수적이다. 대학 졸업장과 9백점대 토익 점수로 입사를 보장받던 시절은 이미 지난지 오래. 자격증 하나를 준비하더라도 5년, 10년 뒤의 산업 전망이나 인력 수급을 따져보는 지혜가 절실히 요구된다. 취업 준비기간을 허송하기 보다 기업들의 달라진 '입맛'을 맞춰주기 위한 경력 쌓기의 시간으로 보내는 건 어떨까. 이를 위해 직접 취업 전선에 뛰어드는 것보다 실제적인 실무 경험과 감각을 키울 수 있는 기업 인턴십을 활용해 자신의 적성을 확인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시행하고 있는 '직장체험프로그램'에 참여해 산업 현장의 감각도 키울 수 있다. 시간적인 여유가 있는 1,2학년 대학생이라면 방학기간을 이용해 한국경제신문사와 중소기업청이 실시하고 있는 '대학생 중소기업현장 체험활동'(중활)을 활용해 보는 것도 경력을 키울 수 있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청년 구직자들이 또 하나 명심해야 할 점은 대기업 입사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꼭 대기업에 입사하겠다는 생각만 버리면 취업문은 의외로 넓어진다. 구직자들의 높아진 취업 눈높이로 '고실업난 속에서 고인력난'에 허덕이는 우량 중소기업들이 많기 때문이다. 신규 취업자라면 평생 직장보다 평생 직종을 선택해 중소기업에서 전문성과 경력을 쌓은 뒤 동일 직종의, 조건이 나은 회사로 상향 이동하는 장기적 인생 계획을 세워보는 것도 바람직하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