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인협회 이사장,대한민국예술원 회장 등을 지낸 원로시인 편운(片雲) 조병화씨(趙炳華)가 8일 오후 8시55분 경희의료원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2세. '콘크리트 같은 적막 속을/고독이 전율처럼 지나갑니다./무료한 시간이 무섭게 흘러갑니다./시간의 적막 속에서/속수무책,온몸이 무너져 내리고 있습니다./아,이 공포,/콘크리트 같은 적막 속을/고독이 전율처럼 머물고 있습니다.' 조 시인은 최근 출간한 '편운재에서 보낸 편지' 제3권의 마지막 서신에서 죽음을 예감한 노시인의 회한과 고독을 한 편의 시를 통해 절절하게 드러냈다. 조 시인은 경기도 안성 출신으로 경성사범학교와 일본 도쿄(東京)고등사범학교를 나와 경성사범,인천 제물포고,서울고 교사를 거쳐 경희대,인하대 교수를 역임했다. 지난 49년 시집 '버리고 싶은 유산'으로 등단한 뒤 지금까지 창작시집 52권,시선집 28권,시론집 5권,화집 5권,수필집 37권,번역서 2권,시 이론서 3권 등 1백60여권의 책을 냈다. 그의 시는 인간의 숙명적 허무와 고독을 쉽고도 아름다운 시어로 그렸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의 시 '난(蘭)'이 지난 2000년 일본 초등학교 6학년 교과서에 실렸으며 중국어 독일어 프랑스어 영어 등 외국어로 번역된 시집도 25권에 이른다. 화가로 활동하면서 20여 차례의 개인전과 초대전 등을 갖기도 했다. 조 시인은 팔순을 맞아 펴낸 쉰번째 시집 '고요한 귀향'에 실린 '꿈의 귀향'에서 '나는 어머님의 심부름으로 이 세상 나왔다가/이제 어머님 심부름 다 마치고/어머님께 돌아왔습니다'라고 묘비명을 써놓았다. 유족은 장남 진형(세종대 대학원장),장녀 원(의사),차녀 양(바이올리니스트),삼녀 영씨(서양화가) 등 1남3녀가 있다. 빈소는 경희의료원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12일 오전 9시. 고인의 유언에 따라 가족장으로 치러진다. (02)958-9545 장욱진 기자 sorina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