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9일 평검사들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공세수위에 때로는 얼굴을 붉히기도 하고 때로는 웃음으로 받아넘겼다. 노 대통령은 되풀이 되는 해명에도 검사들이 물러설 조짐이 전혀 보이지 않자 "막하자는 것이지요","계속 공격하는 질문을 하면 공격적인 답변을 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며 불편한 심경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노 대통령과 평검사들은 1백15분 토론시간 내내 한치도 양보없는 공방을 이어갔다. 평검사 대표자격으로 먼저 마이크를 잡은 서울지검 허상구 검사는 "토론을 통해 저희 검사들을 제압하려고 할 경우 이 토론은 무의미할 것"이라며 기선제압에 나섰다. 그는 노 대통령을 '토론의 달인'이라고 지칭한 뒤 "토론에 아마추어인 저희 검사들과 토론할 경우 보나마나 대통령의 일방적 승리로 끝날 것"이라고 경계했다. 노 대통령은 "여러분들이 참여정부라고 언급하는데 비양거림이 들어있다"고 맞받아쳤다. 김영종 수원지검 검사는 "노 대통령은 취임 전 부산 동부지청에 청탁전화를 한 적이 있는데 정치적 중립을 훼손하는 것 아니냐"고 대놓고 따져물었다. 이에 노 대통령은 얼굴엔 미소를 띠면서도 "신문에 난 대통령의 약점을 토론하는 자리가 아니지요"라며 즉각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노 대통령과 강금실 법무부장관,평검사들은 용어표현을 놓고도 서로 얼굴을 붉혔다. 강 장관은 "법무부출신인 저를 검찰에서 '점령군'에 빗댄 것은 감정적으로 저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뜻 아니냐"고 불만을 내놓았다. 노 대통령은 "법무부장관이 인사권을 쥔 것은 권력기관인 검찰에 대한 '문민'통제를 위한 것"이라며 인사권의 검찰총장 이양불가 입장을 천명했다. 이에 대해 서울지검 박경춘 검사는 강 장관에게 "여기가 신탁통치 하는 곳이냐.듣기에 거북했다"고 훈수했다. 박 검사는 또 대통령의 '문민화' 표현이라며 "이 시간 이후에는 안썼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토론이 끝난 뒤 박범계 청와대 민정2비서관은 "검사들이 공개적인 자리에서 노 대통령이 과거에 부산 동부지청에 전화한 것을 문제삼는 등 3건의 '명예훼손'을 했다.입건감이다.노 대통령의 형 건평씨 문제와 SK수사 건도 명예훼손 감"이라고 말했다. 송경희 청와대 대변인도 "이번 검사와의 대화를 보면서 충격을 받았다.기본적인 예의를 갖추지 않았다"고 평했다. .노 대통령과 민주당 지도부의 만찬에서도 이날 '검사와의 대화'가 잠시 화제로 이어졌다. 정대철 대표최고위원,한화갑.김원기 상임고문등 14명의 민주당 지도부 초청 만찬에서 이용희 최고의원은 "많이 잘 참으셨습니다"고 언급했고,이상수 사무총장은 "버릇없는 검사때문에..."라고 말했다. 이 말때문에 웃음도 쏟아졌다. 노 대통령은 "그래도 마지막에 사진도 같이 찍고"라고 응답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