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규 부패방지위원장이 9일 공정거래위원장에 선임된 가운데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의 거취에 대해선 결정이 계속 미뤄지고 있어 그 배경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이 위원장은 정찬용 인사보좌관을 비롯한 청와대 인사팀의 계속되는 사퇴 압력에 대해 "때가 되면 알아서 처신하겠다"며 사표 제출을 거부한 뒤,지난 6일 오후부터 1박2일 동안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참여정부 국정토론회'와 7일 저녁 노무현 대통령 주최 '참여정부' 첫 내각과 청와대 보좌진 부부동반 만찬에 참석했다. ◆'임기 존중' 통보했나 노 대통령의 '임기 존중' 방침에도 불구하고 이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대통령 취임식을 전후로 사표를 내려고 했다고 한 측근은 전했다. 그러나 이 위원장은 결과적으로 사표를 내지 않았고,이후 청와대 인사팀과 맞서 싸우는 '이상한(?)' 사람이 됐다. 금감위 관계자는 "이 위원장이 나름의 채널을 통해 뭔가 다른 얘기를 들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의 의중은? 이 위원장은 물론 금감위에서 가장 궁금해하는 대목은 노 대통령의 의중이다. 노 대통령은 원칙적으로 '임기 존중' 의사를 밝혔을 뿐 추가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 지난 6∼7일 국정토론회나 만찬에서도 별다른 얘기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새 정부 출범 전에는 금감위원장 교체쪽에 무게를 두고 광범위하게 인선 작업을 벌였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인물난으로 적임자를 찾지 못해 막판에 '유임'으로 가닥을 잡은 듯했다. 이 과정에서 이 위원장의 내년 총선 출마 얘기도 나돌았다. 이같은 상황에서 정 인사보좌관이 갑자기 언론을 통해 사퇴를 종용하면서 문제가 다시 불거졌다. 정 인사보좌관이 새 정부 인사정책의 공식 루트인 만큼 '대통령의 뜻'이 반영됐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지만 여전히 청와대 핵심 기류와 일치된 것은 아닐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모양새 좋은 사퇴 이뤄질까 이 위원장으로서는 모양새 좋게 퇴진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또 경위야 어떻든 혼란을 초래한 당사자의 한사람으로서 책임을 피하기는 어렵게 됐다. 금감위 관계자는 "청와대측이 대통령의 의중을 제대로 파악해 전달했으면 아무 문제도 안될 일이 너무 복잡하게 꼬여버렸다"며 "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이 위원장이 사표를 쉽게 낼 수도 없는 형편 아니냐"고 말했다. 대통령이 비록 임기 존중의 원칙을 밝혔지만 실무진에서 '바꿔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재가를 얻어냈다면 후속 업무처리도 매끄럽게 할 수 있었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