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대통령, 검사들과의 대화] "사람부터 바꾼후 제도개혁할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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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9일 오후 정부종합청사 대회의실에서 전국 지검 평검사 40명과 만나 검찰 인사문제와 정치적 독립 등 개혁방안에 관한 공개토론회를 열었다.
헌정사상 처음으로 대통령과 검사들 사이에 이뤄진 이번 토론회에서 노 대통령은 "이번 검찰 지휘부 인사는 인사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는 만큼 검찰개혁을 실현할 수 있도록 법으로 보장된 대통령의 인사권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이와함께 "향후 평검사 인사위원회 등을 구성해 투명하고 공정한 검찰 인사시스템을 갖추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토론내용을 간추려 소개한다.
노 대통령=대통령 당선후 평검사들과 간담회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제안한바 있다.
검찰개혁 방향을 논의하고 싶었다.
유감스럽게도 과격해 보인다고 문재인 민정수석까지도 말렸다.
저도 정치하는 사람으로 검찰보다 더 비판을 받고있는 사람이다.
뭔가 의심스럽고 검찰의 장래에 불안함이 있으면 말해달라.
나에게 잘못이 있다면 흔쾌히 받아들이겠다.
허상구 검사(서울지검)=최근 검찰 인사과정은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밀실인사다.
밀실인사는 또다시 정치권 줄대기를 부추긴다.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된 인사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법무부장관의 인사제청권을 검찰총장에게 넘겨주고 법무부장관이 개별사건과 관련,검찰총장을 지휘하지 못하게 해야한다.
대통령은 토론의 "달인"이며 자칫하면 검사를 제압할 수도 있다.
노 대통령=토론의 달인이라고 하는 것은 내가 잔재주를 벌이는 사람이라는 비하발언이다.
나는 말재주로 토론을 이기지 않았다.
토론으로 제압할 생각없다.
강금실 법무장관=법무부장관은 여러분의 지휘자이다.
나를 점령군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검사출신이 아닌 젊은 여자가 법무부 장관으로 취임한데 대한 감정적 대응이다.
검찰인사를 서둘러 달라는 건의를 받고 인사를 서둘렀다.
검사 인사 파일을 넘겨받았는데 학력.경력만 있었고 업무수행능력에 대한 자료는 없었다.
인사심의기구를 구성해 인사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린다.
검찰총장이 서면으로 천거한 사람중 각종 로비 사건 등으로 물의를 빚었던 사람,고문치사사건으로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이 포함되어 있어 받아 들이기 어려웠다.
김윤상 검사(법무부)=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 등 일부 인사만 참여한 가운데 실시하는 인사는 밀실인사이다.
많은 검사들의 업무실적과 평가가 객관적 형태로 기제된 인사자료가 있는 것으로 안다.
이런 자료에 대한 검토가 없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노 대통령=검찰 인사위원회를 구성해 검찰 인사를 해야 한다는데 대검차장이 위원장이다.
이번 인사는 지휘부 인사인데 그들이 인사위원회 위원들이 되는 셈이어서 곤란하다.
따라서 이번에는 인사위원회 구성을 통한 인사가 어렵게 되어있다.
대통령과 법무부장관의 결단에 따를 수 밖에 없다.
이것이 대통령과 장관에게 주어진 권한이다.
평검사 인사 위원회는 따로 구성해야 한다.
검찰 인사권을 검찰총장에게 이관하는 것은 세계 어느 나라도 없다.
검찰은 권력기관이다.
권력기관에 대한 문민통제를 위해 법무부장관을 둔다.
김병현 검사(울산지검)=검찰이 통제되지 못해서가 아니라 독립을 못해서 문제였다.
정치권의 바람을 막아줄 복안을 마련해 달라.
노 대통령=제도개혁은 하겠다.
그렇다고 인사를 마냥 미룰 수는 없다.
인사권자에게 줄을 안서는 검사의 기개를 보여줬으면 좋겠다.
인적청산에 특별한 표적은 없다.
제도개혁만으론 부족하다.
사람이 바뀌어야 제도가 잘된다.
부당한 명령으로부터 한발짝이라도 멀리하는 사람을 발탁하도록 하겠다.
윤장석 검사(부산지검)=우리의 요구는 인사 제청권을 검찰총장에게 달라는 것이다.
오늘 토론은 검찰의 수사권 독립을 성취하기 위한 결의를 밝히기 위한 것이다.
과거에 뚝심있게 수사하는 검사들을 임기중에 한직에 보낸적이 많았고 현정권에서도 민주당 이상수 총장이 "빨리 인사해서 줄세우면 검찰이 안정될 것"이라며 "단두대론"을 내놨다.
검찰의 중립성 보장에 대해 노 대통령은 믿지만 이후 정권은 믿을 수 없는것 아닌가.
제도적으로 해야 한다.
노 대통령=여러분들의 집단적 의견이라면 앞으로 언제든지 만나겠다.
나는 검찰조직에 원한을 가진 사람이 아니다.
여러분들이 인사위원회를 만들어 달라고 하는데 안을 제시하라.
평검사 인사위원회는 만들겠다.
검찰총장 인사를 할때도 평검사의 의견을 반영하겠다.
김영종 검사(수원지검)=이미 제도가 설치돼 있는데 사람이 마음에 안들어 안하겠다는 것은 법치주의의 근간을 망각한 것이다.
정치인이 법무부장관을 하면 외부 입김을 막지 못한다.
대통령도 과거 부산 동부지청에 청탁전화를 했다.
노 대통령=이쯤하면 막가는 거죠.
청탁전화 아니었다.
해운대 지구당의 당원이 사건에 계류되어 있는데 억울하다고 하니 혹시 다 못들은 것이 있을지 모르니 들어달라고 부탁했다.
제 경험으론 우리 검사들이 그 정도로 흔들리지 않는다.
장관은 정무직이지 정치인이 아니다.
당장 검찰 인사를 하지 말라는 것은 용납하지 못한다.
제도는 앞으로 바꾸겠다.
왜 오늘 당장 바꾸라고 하나.
지금 지도부가 이대로 몇 달 더가면 검찰이 좋아지는가.
다른 대통령이 행사해 오던 법적인 권한을 왜 나에겐 하지 말라고 하느냐.
검사(성명 미확인)=지금까지 역대 대통령중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주장하면서도 검찰에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은 대통령이 없었다.
노 대통령 형님의 해프닝 처럼 친인척이나 주위에서 개입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인치가 아니라 법치다.
시스템을 만들어 달라.
노 대통령=검찰이 지금까지 역대 대통령들이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는 이유로 나를 믿지 못하겠다면 나도 같은 이유로 검찰을 믿을 수 없다.
나는 검찰조직의 상층부를 믿지 않는다.
국민들에게 책임지고 법대로 인사하겠다.
그 이후 인사부터 여러분과 의논해 합리적인 인사위를 만들어 공정한 인사를 하자.
검사(성명 미확인)=대통령께서는 인사는 신뢰가 중요하다고 하셨다.
개혁은 스스로 개혁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했다.
노 대통령=대통령과 몇몇이 인사를 해야 하느냐, 검찰총장을 중심으로 인사를 해야 하느냐 문제 아닌가.
불행한 과거가 여러분과 나 사이에 갈등을 만들어 놓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바르게 가면 모두 해소된다.
그저 쉽고 편하게 가면 안된다.
강금실장관을 임명할때 불안해하는 사람의 전화를 많이 받았다.
나름대로 비장한 각오로 검찰개혁을 단행하고자 한다.
여러분들이 지금의 지도부를 옹호하는 결과가 되지 않도록 신중하게 처신해 달라.
이옥 검사(서울지검)=검찰을 따뜻한 가슴으로 안아 안아달라.
노 대통령=검찰은 개혁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5년간 여러차례 검찰 인사를 할 것이다.
이번 인사는 그냥 넘어가자.
다음 인사에도 개선이 없다면 제동을 걸 기회가 있을 것이다.
정종호.김동욱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