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에 펼쳐진 '성스러운 향연'..'이남규 10주기전' 14일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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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4일부터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개막하는 '이남규 10주기전'은 그의 사후 처음으로 열리는 대규모 유작전이다.
그의 초기작부터 작고 직전까지의 유화 대표작 60여점이 선보인다.
스테인드 글라스 2점도 함께 출품된다.
출품작과 작품론이 실린 대형 화집도 전시를 앞두고 출간됐다.
서울대에서 회화를 전공한 이 화백은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다.
공주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예술활동 대부분을 지방에서 한데다 말년 10년동안의 투병생활로 인해 화단의 주류에 있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미술평론가 김미경씨는 "그의 작품은 서정적 추상의 경향을 띠고 있지만 종교적 가치관과 일체를 이루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장욱진이 그의 초기작에 영향을 미쳤다면 스테인드 글라스의 대가였던 조르주 루오와 마네시에는 평생 그의 예술정신을 붙들어 매준 지주였다.
서울대에서 장욱진으로부터 서양화를 배운 이 화백은 스승의 회화에 깊이 빠져들었다.
1970년대 초반까지 온화한 파스텔조의 색면은 장욱진 작품에서 보여주는 자연이미지가 많이 반영돼 있다.
마네시에는 1962년 베니스 비엔날레 회화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한 작가였다.
이 화백은 50년대 후반 대학 졸업 후 당시 장발 서울대 미대 학장의 추천으로 오기선 신부를 만나 천주교에 입교했다.
60년대 후반에는 오스트리아 슐리어바흐 수도원에 있는 스테인드 글라스 공방과 파리에서 유리화 작업을 배웠다.
70년 귀국해 성당의 스테인드 글라스 작업에 나서면서 본격적인 서정추상 작품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색면과 형태들이 자유롭게 풀어지고 해체되면서 자유분방한 느낌을 준다.
특히 병마와 싸우면서 거친 선과 검은 색이 나타나는 화면은 루오의 선 굵은 작품들을 연상시킨다.
80년대 중반 이후 장욱진과 루오의 흔적을 차례로 자신의 예술에서 지워낸 다음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했다.
그는 91년 금호미술관에서의 개인전을 앞두고 "이제 그림이 되는 것 같다"며 자신감을 내비쳤지만 과로 탓인지 전시 개막 1주일 가량을 남기고 쓰러졌다.
그 후 타계하기까지 2년 동안 의식을 찾지 못했다.
4월6일까지.(02)720-1020
이성구 미술전문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