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마감된 2003년 레지던트 선발시험에서 흉부외과 지원자는 정원의 절반에 불과했다. 반면 성형외과 안과 피부과 등 소위 '돈이 되는 과'들은 치열한 경쟁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전에는 인기과였던 외과계열들은 수련과정이 힘든데다 개원을 해도 벌이가 시원치 않다는 게 젊은 의사들의 판단이다. 11일 오후 11시5분에 방송하는 MBC PD수첩 '수술실 긴급경보'는 심각한 의사수급난에 빠진 외과 계열의 실상과 의사부족으로 수술실에 등장한 '오다리'(의사의 지시를 받아 병원에서 일하는 비 의료인을 일컫는 말)의 불법 시술실태를 고발한다. 의사수급 편중현상은 이미 심각하게 진행돼 도시의 중급병원이나 농촌지역 병원에서는 외과수술이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렀다. 경우에 따라 맹장수술도 서울로 이송돼 받아야 하고,수술 시기를 놓쳐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대학병원의 경우도 상황은 마찬가지.최근 개원을 위해 대학병원을 그만 둔 한 흉부외과 교수는 "머지않아 심장은커녕 맹장수술 받은 뒤 살아나오면 다행인 날이 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외과계열 의사수급의 심각성을 경고했다. 의사들을 구하기 힘들어지자 일부 병원에서는 '오다리'들의 의료행위가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다. 이들 오다리는 경우에 따라 직접 마취주사를 놓고 맹장수술,골절,외과수술까지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강원도 K병원에서 간호조무사로 근무한 김홍섭씨(가명)가 마취는 물론 외과수술까지 마구 해오다 경찰에 구속된 것이 대표적인 예다. 그러나 개별 병원이나 개인에 대한 처벌만으로 오다리를 근절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방병원의 재정난과 인력부족을 구조적으로 해결할 대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의료계에서는 기피과에 대해 의료수가를 조정해 신규 의료 인력의 유입을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농·어촌 지역의 경우 필수의료인을 확보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촉구한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