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행 중 두 명만 골프를 해도 화제가 '골프'가 되고,어제 입문한 비기너가 오늘 클럽을 잡은 사람에게 '레슨'을 하는 것이 골퍼들의 세계다. 그만큼 골퍼들은 평상시에도 골프에 대해 말하고 싶고,드러내 보이고 싶은 속성을 지니고 있다. 인터넷 골프사이트 'golfsky.com'에 올라온 '타수대별 화제'를 소개한다. ◆100타대=이들의 화제는 단연 '거리'다. '파4홀에서 드라이버샷을 했더니 샌드웨지를 갖다 주더군.' '7번 아이언으로 1백50m를 보잖아?' 등이다. 얘기를 들어보면 드라이버와 퍼터,그리고 다른 클럽 하나만 있으면 18홀을 도는 데 지장이 없을 듯하다. 그런데 장타 얘기 사이로 '내가 ○○CC에서 95타를 쳤다는 것 아니야'는 소리가 들린다. 그러나 아는 사람은 다 안다. 많이 쳤을 때 캐디가 '불쌍해서' 한 타씩 줄여 적었다는 사실을. 어쨌든 핸디캡은 그때부터 23이 된다. 그래도 양심이 있는 사람은 95타 운운할 때마다 "내가 잘 맞으면…"을 전제한다. ◆90타대=화제 중심이 '이론'이 된다. 누가 들으면 티칭프로들이 아닌가 할 정도다. 임팩트,백스윙,프로사이드,타이거 우즈…. 짐 퓨릭의 '∞자 스윙'까지 나온다. 서로 자신의 이론을 강조하다 보니 자신이 어떤 스윙을 하고 있는지도 잊어버린다. 아무리 십인십색의 이론이 난무해도 이런 골퍼들 사이에서 최후의 승자는 '목소리 큰 사람'이라고. ◆80타대=주제가 '코스'로 바뀐다. '아! 그 홀?' '○○CC 몇 번 홀에서 티샷을 했더니 볼이 벙커 바로 옆에 떨어진 것 있지.' '이번에 태국 갔더니…' 등으로 전세계 코스를 넘나든다. 이 부류의 골퍼들의 목표는 뚜렷하다. 바로 '이븐파를 치는 것'이다. 스코어가 잘 안 나오는 것은 코스 레이아웃이나 거리표시 말뚝이 잘못됐기 때문으로 해석한다. 그들은 서로를 '김싱글' '이싱글' 등으로 부르기도 한다. ◆70타대=최고수에 속하는 이 계층의 화제는 '돈'이다. 로핸디캐퍼가 되기까지 산전수전 다 겪은 터라 거리,이론,코스 다 초월했다. 이론 얘기가 나오면 '머리 아퍼.치다 보면 잘 돼' '볼을 홀 근처에 갖다 붙이면 장땡이야' 식으로 말문을 닫아버린다. 코스도 헤드프로 못지 않게 훤히 꿴다. 스코어 계산은 캐디보다 빠르고,샷을 보고 몇 번 아이언으로 쳤는지 짐작한다. 그동안 투자한 '본전'이 생각나서 주위 사람들에게 골프를 권유하고 그들을 '키워' 원금을 회수한다고. 이 사이트는 "대화 내용으로 그들의 핸디캡을 짐작할 수 없다면,그날 스코어가 가장 좋은 사람이 목소리가 제일 크다. 하지만 만고의 진리는 '돈은 대부분 고수의 호주머니에 있다'는 것이다"고 결론지었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