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열무시 人事...정치예속 심화" .. 김원치 형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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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금의 동향과 같이 합리적인 원칙 없이 서열과 기수를 무시한 검찰 인사가 이뤄진다면 검사의 신분보장이 무너지고 정치권에 대한 예속을 심화시키는 결과를 야기할 것이다."
검찰 '인사 파동'이 김각영 검찰총장 퇴임으로 이어진 상황에서 대검찰청 검사장급 간부가 내부 통신망에 새 정부의 검찰 인사 개혁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글을 올려 파문이 일고 있다.
대검 김원치 형사부장(사시 13회)은 10일 '검찰 인사 개혁의 정체성에 관하여'라는 글을 통해 "마음의 사표를 쓴지 오래됐지만 결코 자신을 개혁 대상으로 생각한 적이 없다"며 "만일 수긍할 수 없는 인물이 검찰총장으로 오면 사표를 내지 않겠다"고 주장했다.
김 검사장은 "장관이 인사를 할 때는 검찰총장과 긴밀히 협의해온 것이 지난 50년의 관행"이라며 "이는 검사들에 대한 총장의 지휘권을 확립시키고 정무직 장관의 정치적 색채를 총장이라는 완충지대를 통해 완화시켜 검찰의 중립을 담보하기 위한 합리적인 시스템"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른바 '정치검사'를 양성한 1차적 책임은 검찰에 있다"면서 "그러나 그런 속물적 형태의 동기와 원인을 제공한 책임은 정치권력에 있다"고 주장했다.
김 검사장은 소동파의 말을 빌려 "직위란 '눈 위의 기러기 발자국' 같은 것이며 눈이 조금 내리고 바람이 약간 불어도 없어지는 것, 그것이 공인의 삶"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지금 나는 직위 그 자체에 아무런 미련이 없다"며 "평소 법무연수원 강의 때마다 후배들에게 강조한 '어떤 직위에 있었는가보다는 어떤 일을 했던 검사인가'로 평가받고 싶기 때문에 자신의 길을 가겠다"고 말했다.
김 검사장은 제주 오현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법대를 나온 사시 13회.
대검 공안 3과장과 서울 동부지청 특수부장, 경주지청장, 서울고검 차장검사, 창원지검 검사장 등을 지냈다.
한학에 정통하며 '신좌파와 테러리즘'이라는 저서를 냈을 만큼 학구파다.
국가보안법 관련 서적의 교과서로 통하는 '신국가보안법'을 저술한 공안통.
김후진 기자 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