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엔 환율 왜 뛰나 지난달 중순까지 원·엔 환율은 9백80원대를 유지했다. 달러화에 대한 엔화의 가치는 수시로 변했지만 원화가 대체로 엔화와 같은 폭으로 움직이면서 보조를 맞춰왔기 때문이다. 이른바 '엔바라기(해바라기처럼 원화가 엔화만 따르는 것)' 현상이 지속된 셈이다. 하지만 지난달 말 1천원대에 슬며시 올라선 이래 원·엔 환율은 북핵 문제가 본격 부각된 이달 들어 급격한 상승 커브를 그리고 있다. 10일 원·달러 환율은 20원 가까이 폭등한 1천2백38원50전으로 지난해 말 1천1백86원20전에 비해 3% 가량 오른 반면 원·엔 환율은 같은 기간 1백엔당 1천12원87전에서 1천61원18전으로 4% 이상 뛰었다. 외국계 은행 딜러는 이에 대해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북핵 관련 위험이 심각하게 받아들여지면서 그동안 일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후한 점수를 받았던 한국의 경제 펀더멘털이 점차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 98∼2001년 1백엔당 평균 1천50원이던 원·엔 환율은 지난해 우리 경제가 견실한 성장을 한 영향으로 1천원 수준으로 떨어졌다"며 "그러나 올들어 미·이라크 전쟁에 이어 북핵 문제가 부각되면서 다시 이 수준으로 치솟았다"고 분석했다. ◆환율 상승의 명암 이같은 원·엔 환율의 상승은 우선 주력 품목이 일본과 경합관계인 수출시장에선 보탬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정한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반적으로 엔화에 비해 원화가 저평가되면 한국 수출품의 단가가 일본제품보다 낮아져 수출전선에는 청신호로 받아들여진다"며 "특히 최근 들어 경합이 치열해지고 있는 중국시장에서는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원화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올해 환율 전략을 짜놓은 대기업들은 전략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엔화 단기 차입을 과도하게 끌어쓴 중소기업들에는 무거운 부담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 또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원·엔 환율의 이같은 추세가 외국인 투자자들을 떠나게 하는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다각도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았다. ◆언제까지 지속되나 최근의 원·엔 환율 상승세는 한국이 처한 지정학적 리스크,즉 '북핵 문제'에서 초래됐다는 점에서 볼 때 단기간에 이같은 추세가 반전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외환시장 관계자들이 원·엔 환율이 9백80원선에 머물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북핵 문제가 이같은 예측을 완전히 빗나가게 만들었다"며 "북핵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닌 만큼 당분간 원·엔 환율의 오름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