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네 얘기를 들을 걸 그랬어…." A은행 PB팀 K팀장이 최근 한 고객으로부터 들은 말이다. 그에게 '후회 섞인'한 마디를 던진 고객은 전직 고위 경제관료 A씨였다. 이 은행에서 50여억원을 굴리고 있는 A씨는 최근 보유중인 현금 가운데 10억원을 부동산에 투자하기로 마음먹고 K팀장에게 적당한 투자처 추천을 부탁했다. 수십억원대의 금융자산을 보유해 현금흐름에 문제가 없는 A씨이기에 K팀장은 장기간 묻어둘 수 있는 토지에 투자할 것을 권유했다. K팀장이 추천한 부동산은 경기도 성남시 서울공항 인근 땅이었다. K팀장은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고 오래 전부터 서울공항 이전 얘기가 많이 나와 언젠가는 실행에 옮겨질 것이고 그러면 땅값이 오를 것으로 판단해 권했다"고 추천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A씨는 몇 주간을 망설였고 결국 지난 10일 일부 언론이 "정부가 70만평 규모의 서울공항을 위락시설 등으로 개발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라고 보도했다. 대형 호재를 눈앞에서 놓친 A씨는 앉아서 큰 이익을 날려버린 셈이다. 일선 PB들은 "일반인들은 수십억원대의 금융자산을 굴리는 사람은 모두 '돈 버는 데는 귀신'인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며 "그러나 이들 거부(巨富)들도 결국은 사람이며,사람이기 때문에 큰 손실을 보거나 눈앞에서 몇십억원씩 날리는 경우도 흔히 발생한다"고 말한다. PB를 통해 6백억원을 굴리는 한 고객이 최근 1백억원 정도를 충청도 소재 토지에 투자했다가 30억원 이상을 날린 경우도 있었다. 특히 새정부 출범과 북한핵 문제 등으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요즘같은 장(場)에서는 동물적인 감각을 가진 '큰손'들도 실패하기가 예사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