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3 11:55
수정2006.04.03 11:56
11일 발표된 검사장급 이상 검찰 고위간부 인사에서 드러난 새 진용을 보면 참여정부의 검찰개혁 의지를 엿볼 수 있다.
검찰총장에 이어 검찰내 2인자격인 대검차장 자리에 선배기수인 사시14회를 제치고 오르게 된 김종빈 대검 중수부장(사시15회)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국민의 정부 시절 대검 중수부장이라는 중책을 맡았던 호남 출신의 김 검사장이 김홍업씨 사건 등 중요 사건을 비교적 무난히 처리한 능력을 인정받아 발탁됐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하지만 송광수 신임총장 내정자(사시 13회)가 경남 출신이란 점에서 지역안배 차원도 고려된 것으로 알려져 이번 인사에서 최대 수혜자중 한 명으로 꼽힌다.
지난 99년 '경기은행 퇴출저지' 사건을 지휘하면서 당시 검찰 수뇌부와 마찰을 빚으며 임창열.주혜란 당시 경기지사 부부 등의 구속을 관철시켰던 유성수 서울고검 검사(사시 17회)의 검사장 승진도 눈에 띈다.
언론에 특검제 위헌성을 지적하는 글을 기고하는 등 검찰내에서 특검제 반대론자로 유명한 서영제 청주지검장(사시 16회)이 특검제 상설화를 추진중인 새 정부에 의해 '검찰의 꽃'인 서울지검장에 임명된 것도 이채롭다.
서 검사장이 정치적 색채가 별로 없고 서울지검 강력부장 등 특수.강력부서를 두루 거쳤다는 점에서 '거악 척결'이라는 검찰의 본래 역할에 매진해 달라는 새 정부의 주문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울산지검장 시절인 2001년 DJ의 차남 김홍업씨가 연루된 평창종건 사건과 관련, 신승남 당시 대검차장으로부터 전화를 받고 수사를 무마한 사실이 드러나 징계까지 받았던 정진규 인천지검장(사시 15회)은 이번 인사에서 뜻밖에 서울고검장으로 승진 발령되면서 명예를 회복하게 됐다.
반면에 과거 '빅4'중 한 자리인 법무부 검찰국장을 차지했던 장윤석 검사장(사시 14회)은 서울고검 차장으로 전보돼 후배 고검장을 보좌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또 송광수 신임총장 내정자와 사시 동기로 사퇴를 거부했던 정충수 대검 강력부장은 초임 검사장급 자리인 사법연수원 부원장으로 전보됐다.
작년 '피의자 사망사건'때 서울지검장이던 김진환 대구고검 차장(사시 14회)은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으로 이동, 법무연수원장으로 승진한 사시 동기 정홍원 부산지검장의 지휘를 받게 됐다.
대검 중수부장때 '이용호게이트' 부실수사 논란을 빚었던 유창종 서울지검장(사시 14회)이 대검 마약부장으로 전보된 것도 눈길을 끈다.
김후진 기자 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