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불안에 대처하는 정부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엊그제는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과천 청사로 가서 재경부 업무보고를 받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었고 어제는 재경부총리와 한은총재가 각기 은행장들을 만나 협조를 당부하는 등 하루종일 분주한 움직임들이었다. 또 국무회의에서는 투자부진을 놓고 장관들 사이에서 토론이 전개되기도 했다고 한다. 대통령과 정부가 불안한 경제 상황을 충분히 인식하고 이처럼 대책을 서두르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반가운 일임에 틀림 없다. 그러나 정작 시장의 반응은 그다지 신통치 않은 것 같아 걱정은 여전하다고 하겠다. 연일 급등세를 이어가던 원화환율만 소폭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을 뿐 증권시장은 이날도 투매가 계속되는 가운데 2%가 넘는 폭락세를 보였다. 정부가 기업연금제 도입,자산운용법 제정 등 다양한 대책들을 부랴부랴 내놓고 있는데도 시장의 불안감이 전혀 해소되지 않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물론 정부가 이런저런 대책들을 내놓는다고 해서,그리고 은행장들을 불러모아 그럴싸한 외양을 보여준다고 해서 금세 불안감이 해소되고 시장이 안정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반응이 싸늘한 것은 역시 부분 처방만으로는 해결되기 어려운,보다 근본적인 불안감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은행장들이 지적했듯이 북한 핵문제에 대한 정부 대응이 미진하고 기업개혁 향방이 불투명하며 SK그룹에 대한 수사결과 발표 등 다양한 불안요소들이 여전히 투자자들과 기업가들의 '경제하려는 심리'를 짓누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논란이 되었던 법인세 인하나 재정 조기집행을 둘러싸고 대통령의 생각이 다르고 장관의 생각이 다른 것은 아닌지 의심받는 상황에서,그리고 쏟아져 나오는 고위 당국자들의 발언이 듣는 사람의 입장에 따라 전혀 다른 해석을 낳는 화려한 수사들로만 채워져 있는 상황에서 투자자와 기업인들이 헷갈리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지나 않은지 모르겠다. 대통령은 "(기업들이)왜 투자를 안하는가"라고 물었다지만 밖으로는 국가의 안전이 불안하고 안으로는 반기업적 정서가 확대 재생산되는 상황에서 경제가 잘 돌아가기를 기대한다면 이는 방향을 잘못 잡은 것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오는 13일의 여·야·정 경제정책협의회나 내주로 예정되어 있는 노사관계 장관회의 등은 바로 이점을 충분히 인식하는 바탕위에서 경제대책을 마련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