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달러당 50원 가까이 폭등하면서 주요 기업들이 외화 결제와 수익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등 비상이 걸렸다. 항공 해운 등 외화부채가 많은 기업들은 물론이고 전통적으로 고환율 수혜업종으로 지목됐던 자동차 전자 등도 불안심리 확산과 대외신인도 하락으로 인한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수출 주도형 기업의 경우 일반적으로 환율이 오르면 상당한 수지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이번엔 북한 핵문제 등 국가 리스크 증대에 따른 환율 상승으로 경영전반에 부정적 요인도 적지 않은 까닭이다. ◆ 전자.반도체 =삼성전자 LG전자 등 가전업계는 올해 경영계획을 세울 때 환율을 달러당 1천1백원선으로 잡았다. 따라서 최근의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수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원화의 환율 상승폭이 엔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커 최대 경쟁관계인 일본 업체와의 수출 경쟁에서 혜택을 볼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최근 환율 상승은 국가 신인도 하락 요인이 강하게 작용한 만큼 중.장기적으로는 득보다 실이 많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국의 신인도 추락은 해외에서 국산 전자제품에 대한 이미지 실추로 이어져 판매에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 자동차 =현대차의 경우 원화 값이 1% 하락할 경우 2.5%의 순이익 개선효과가 있다. 수출 비중이 더 높은 기아차는 4.1%의 효과를 본다. 하지만 회사측은 내수 판매에서 그 이상의 타격을 받을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고유가로 이미 내수시장이 침체 국면에 접어든 상황에서 북.미관계의 불안 등으로 소비심리가 급속히 위축되고 있다는 판단이다. ◆ 조선 =비교적 대외 신인도 영향을 덜 받으면서 환율 상승 수혜를 입고 있다. 선박 계약은 달러화 기준으로 이뤄지는 반면 달러로 결제하는 원재료 매입액 등은 매출의 50%에 못미치기 때문에 환율 상승은 그대로 수익 확대로 연결된다. 특히 회사 방침상 헤지를 실시하지 않는 현대중공업은 큰 폭의 수익성 향상을 기대하고 있다. 외화 거래분의 50∼70%에 대해 헤지를 시행하고 있는 대우조선해양도 최근 환율 흐름이 나쁘지 않다는 입장이다. ◆ 유화업계 =석유화학업체들은 수입 원료인 나프타 가격 상승에 따른 피해보다는 수출 증대에 따른 매출 증대 효과가 더 큰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유화업계 전체 생산 규모 26조원 가운데 나프타 도입 비용은 8조원에 그친 반면 수출은 생산의 절반인 13조원대에 달하고 있다. 수입액보다 수출액이 더 크다는 점에서 환율 상승이 유리하게 작용하리라는 설명이다. ◆ 섬유.의류 =해외에서 사오는 것보다 파는 액수가 많은 섬유업계는 추가 이익을 기대하고 있다. 새한의 경우 연간 해외 판매가 4억달러 규모로 구매(2억8천만달러)보다 많기 때문에 환율이 10원 올라가면 연간 이익이 13억원씩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코오롱도 1.4분기 환율을 1천1백50원, 2.4분기는 1천1백원으로 잡는 등 올해 환율 움직임을 하락세로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반대 현상이 나타나 그만큼 이익 증가 요인이 생긴 것으로 보고 있다. ◆ 철강 =원자재를 상당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철강업체로서는 수익성에 직격탄을 맞게 된다. 포스코의 경우 철광석 등 주요 원자재를 1백% 수입에 의존하고 있지만 헤지를 통해 충격을 최소화하고 있다. 그러나 달러 부채가 10억달러에 달해 상당한 평가손실을 보게 된다. 고철 등 원재료를 주로 수입하는 전기로업체도 원가 부담이 커지고 있다. 특히 최근 고철 가격 상승과 전기료 인상 등으로 제조비용이 크게 증가한 상황에서 환율 폭등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 정유업계 =환율이 오름세를 보임에 따라 대규모 환차손을 우려하고 있다. 국제원유가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는 마당에 환율마저 올라 '불 난 데 기름을 부은 격'이라는 설명이다. 달러로 결제하는 정유업체들은 원유 도입 시점에 비해 결제 시점의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다. 환율이 달러당 10원 오를 경우 정유업계 전체로는 8백40억원의 환차손이 발생하게 된다. ◆ 항공.해운 =외화 부채가 많기 때문에 큰 타격을 받는다. 월 3천5백만달러 가량을 서울 외환시장에서 사들이는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달러당 환율이 10원 오르면 연간 42억원이 사라진다. 거래 대금을 전액 달러로 결제하는 한진해운도 24억달러의 외화 부채로 인한 환손실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다. < 산업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