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5천억여원 규모의 분식회계 사실이 적발된 SK글로벌의 향후 진로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주가가 폭락하고 신용등급이 내려가는 등 '위기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그러나 상장폐지나 부도 등 '최악의 사태'는 맞지 않을 것이라는 게 금융당국과 증권업계의 시각이다. 특히 금융감독위원회와 채권금융회사들은 11일 대책반을 긴급 구성,금융지원과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 노력을 기울이기로 한 만큼 금융시장 및 경제에 미치는 충격도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상장폐지 가능성 낮아 결론부터 말해 SK글로벌의 상장폐지 가능성은 극히 낮다. 1조5천5백87억원 규모의 분식회계를 반영해도 자본잠식상태에 들어가지 않는다는게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가공자산계상,부외부채처리,해외출자회사평가손실 누락 등 분식회계를 반영할 경우에도 이 회사의 자본총계(자기자본)는 작년말 현재 5천9백17억원.자본금(4천9백13억원)을 웃돌아 자본잠식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 또 분식회계 사실이 드러나면 해당금액은 직전 사업연도 재무제표에 전기오류수정손실이라는 항목에 한꺼번에 반영해야 한다. 이에 따라 '2년이상 1백% 자본잠식상태'라는 퇴출요건이 SK글로벌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설령 과거의 분식회계가 추가로 적발되더라도 퇴출규정이 만들어지기 이전의 행위를 소급적용하기는 힘들다는 게 금감원의 판단이다. 작년말 현재 4조2천여억원의 여신을 지원한 하나은행 등 채권은행들은 이날 SK글로벌과 SK그룹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전제로 금융지원을 해주기로 했다. 주채권은행인 하나은행 관계자는 "국내외 채권자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채권 조기회수에 들어가는 비상사태가 오지 않는한 회사 존속에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 회계감리 착수 금감원은 이번주중 SK글로벌과 회계법인에 대한 감리에 착수할 방침이다. 일단 감리범위는 2000년과 2001년 등 2개 사업연도로 잡고 있다. 검찰이 2001년도의 분식회계 사실을 적발한 만큼 2000년에도 회계분식이 있었는 지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근영 금감위원장은 "(다른 종합상사의 경우)분식회계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나 혐의가 없다"고 밝혀 회계감리대상을 SK그룹 전 계열사나 다른 종합상사로 확대하지는 않을 방침임을 시사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