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천자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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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상무의 간질환이 업무상 재해에 포함되게 됐다는 소식이다.
노동부가 산재보험법 시행규칙을 바꿔 올 하반기부터 시행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술이 갖는 장점은 많다.
긴장을 풀어주고 경계심을 완화시켜 의사소통을 쉽게 해주는가 하면 때로는 슬픔을 가라앉히고 기쁨을 배가시킨다.
적당히 마시면 혈액순환과 치매 예방 등 건강에 좋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우리 사회에선 그러나 개인의 주량이나 기호를 인정하지 않고 무조건 '한잔 해야 얘기가 통한다'며 술을 강권하는 일이 잦다.
두주불사(斗酒不辭)가 호탕함의 상징이자 대인관계 능력으로 치부되기도 한다.
게다가 많은 일을 '밤에 다리를 놔' 해결하려는 접대문화로 인해 음주를 업무의 연장으로 삼는 수도 흔하다.
때문에 숙취로 고생하면서도 억지로 마시는 사람도 있다.
'술상무'는 바로 이런 접대문화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자가용 이용이 확산된데다 접대의 주종이 술에서 골프로 바뀌고 건강을 중시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예전보다는 술자리가 많이 줄었다.
하지만 술을 잘 마셔야 조직을 잘 이끌고 거래도 잘 한다는 의식은 여전히 힘을 발휘하는 듯하다.
재작년 우리나라의 15세 이상 국민의 1인당 술 소비량이 세계 2위였다는 통계(세계보건기구)는 한국이 주본주의(酒本主義) 사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전하고도 남는다.
지난해 2월 프랑스 주간지엔 "한국에선 상사를 따라 술집에 다니는 게 의무다.
술을 잘 마시면 승진 기회도 많다.
음주는 기업문화의 일부다"라는 기사가 실렸을 정도다.
작년에도 1인당 소주 59병,맥주 86병,위스키 1.3병을 마셨다고 한다.
술에 장사 없다고 하거니와 과음의 폐해는 심각하다.
한국의 중년남성 대부분이 위염 지방간에 시달리고 40대 남성의 사망률이 세계 최고라는 것도 이런 풍토와 무관하다고 하기 어렵다.
독배인 줄 뻔히 알면서 마시는 셈이다.
업무상 재해로 인정된다니 다행이지만 중요한 건 '술상무'라는 명칭이 속히 사라지게 하는 일일 것이다.
술이든 골프든 과도한 접대가 필요없는 세상을 기다린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