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글로벌이 1조5천억여원 규모의 분식회계 적발로 주가가 폭락하고 신용등급이 내려가는 등 '위기상황'에 직면했다. 그러나 금융계에서는 SK글로벌이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는 데다 영업상황도 양호해 부도 등 '최악의 사태'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 SK글로벌 증시에서 퇴출되나 결론부터 말해 SK글로벌의 상장폐지 가능성은 극히 낮다. 1조5천5백87억원 규모의 분식회계를 반영해도 자본잠식상태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게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가공자산계상, 부외부채처리, 해외출자회사평가손실 누락 등 분식회계를 반영할 경우에도 이 회사의 자본총계(자기자본)는 작년 말 현재 5천9백17억원. 자본금(4천9백13억원)을 웃돌아 자본잠식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 또 분식회계 사실이 드러나면 해당금액은 직전 사업연도 재무제표에 전기오류수정손실이라는 항목으로 한꺼번에 반영해야 한다. 따라서 '2년 이상 1백% 자본잠식상태'라는 퇴출요건이 SK글로벌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한편 금감원은 이번주 중 SK글로벌과 회계법인에 대한 감리에 착수할 방침이다. 일단 감리범위는 2000년과 2001년 등 2개 사업연도로 잡고 있다. ◆ 유동성 문제는 없다 채권단에 따르면 SK글로벌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 자산은 △현금 1조5천억원 △즉시 처분할 수 있는 부동산(SK주유소 3천여개) 1조1천억원 △SK텔레콤 주식 4백30만주를 포함한 관계사 주식 1조2천억원어치 등 모두 3조8천억원에 달한다. 반면 1년 내에 만기가 돌아오는 단기채무는 △해외금융회사 부채 1조2천억원 △기업어음(CP) 등 단기자금과 제2금융권 부채 7천4백억원 등 총 1조9천억원에 불과하다. 따라서 최대 채권자(3조9천2백16억원)인 은행들이 채권회수 경쟁에 나서지 않는 한 유동성 위기가 올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채권은행들은 또 SK글로벌의 사업내용이나 이익구조에 대해서도 우호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관계사와의 거래가 대부분인데다 수익중 60% 가량이 주유소사업과 통신사업 부문에서 안정적으로 창출되고 있어 사업성이 밝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채권은행들은 SK글로벌의 강력한 구조조정을 전제로 수출입 금융거래를 계속 해준다는 방침이다. 이건호.김인식.조재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