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에서 한국영화 리메이크 붐이 일고 있다. 지난달 코미디영화 '광복절특사'와 '선생 김봉두'가 미국 영화업체와 리메이크하기로 계약을 맺은 데 이어 멜로영화 '중독'도 할리우드판으로 만들어지게 된다. 이에 따라 할리우드판으로 리메이크되는 한국 영화는 '조폭마누라''달마야 놀자''엽기적인 그녀''시월애''가문의 영광' 등 여덟편으로 늘어나게 됐다. 특히 지난달말 미국 샌타모니카에서 열린 아메리칸필름마켓(AFM)에서는 한국 영화에 대한 할리우드 영화인들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도 높아져 앞으로 한국 영화의 할리우드판 제작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번 AFM에 다녀온 KM컬쳐의 안정원 차장은 "할리우드 영화관계자들이 한국 부스에 와서 리메이크할 영화가 없느냐고 잇따라 문의해 왔다"면서 "일종의 한국영화 리메이크 신드롬이 일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소재 빈곤에 시달리고 있는 할리우드가 지난 90년대 홍콩 영화를 할리우드식으로 만들어 성공을 거둔 점에 착안해 한국 영화의 리메이크를 새로운 대안으로 채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만들어지는 한국 영화의 소재가 기발한데다 제작 비용이 적게 드는 만큼 잘만 리메이크하면 대박을 터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할리우드 리메이크 계약은 일정기간내(3년 안팎) 리메이크가 완료됐을 때 효과를 발휘하는 옵션딜이란 점에서 한국 영화가 할리우드에서 얼마나 입지를 굳힐지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편 '중독'은 미국의 제작배급사 인터미디어사와 25만달러에 리메이크하기로 계약을 맺었으며 세계 흥행수익은 이달 중 추가 협상을 통해 타결짓기로 했다. 할리우드판 '중독'을 만드는 제작사는 스핏파이어로 정해졌고 올해 중 제작에 착수할 가능성이 높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