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이사 제도를 활성화하려면 사외이사의 경영책임을 줄여주는 대신 보상 수준은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삼성경제연구소는 12일 '사외이사제의 현실과 정착 방안'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사외이사제가 확대되고 있으나 사외이사들의 현실감 부족에다 기업의 수동적 자세와 제도 미비 등으로 시행착오를 빚고 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말 현재 6백73개 상장사중 6백16개사에서 1천3백42명의 사외이사가 활동 중이며 업체당 사외이사 수는 2.18명으로 나타났다. 지난 98년(5백21명)에 비해 2.6배로 늘어난 것이다. 그러나 사외이사의 이사회 참석률(2001년 기준)은 평균 60.3%에 그쳤고 회사 경영에 대한 의견 제시 건수도 1인당 0.4건에 그쳐 경영 참여는 미흡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과다한 책임과 낮은 보상 때문에 사외이사들이 가급적 책임지는 일은 피했기 때문이라고 연구소는 분석했다. 실제로 사외이사의 평균 연봉은 작년 1천6백18만원으로 미국의 3만7천9백24달러(약 4천5백50만원, 98년 기준)에 비해 절반 수준이다. 김진표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사외이사의 독립성은 강조되면서 그에 상응하는 인센티브 제공에는 소홀하다"며 "한국식 사외이사제의 조기 정착을 위해서는 기업과 정부의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