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글로벌의 분식회계 여파로 빚어진 투신사 MMF 대량 환매 사태는 금융시장에 적지 않는 혼란을 불러올 전망이다. 투신업계는 '제2의 대우채 환매사태'를 우려하고 있다. SK글로벌이 구조조정촉진법을 적용받아 채권단 공동관리에 들어가면서 SK글로벌 채권이 편입된 MMF(머니마켓펀드) 등 채권형펀드의 수익률 하락이 불가피해졌다. 이 법을 적용받게 되면 SK글로벌의 채권이나 CP(기업어음)는 50% 이상 상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1백억원 규모의 펀드에 SK글로벌 채권이 10억원 들어있다면 구촉법 적용 이후 SK글로벌 채권은 5억원 미만으로 평가된다. 이는 펀드 전체로 5%의 수익률 하락이 발생한다는 얘기다. 문제는 11일부터 채권시장이 패닉(공황)상태에 빠지면서 금리가 급등하고 있는 데 있다. 이에 따라 MMF 등 채권형펀드의 연쇄 환매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펀드 환매요청이 일시에 쇄도하면 투신사들은 환매자금 마련을 위해 정상적인 채권까지 시장에 급매물로 내놓아야 한다. 그러면 채권가격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환매쇄도→채권급매물→금리 추가상승(채권가격 하락)→채권펀드수익률 하락→환매요구 증가라는 악순환 구도에 돌입한다는 얘기다. 게다가 SK글로벌로 촉발된 기업의 신용위험 증가가 그동안 채권시장의 시한폭탄으로 지목돼 온 카드채에까지 파급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지적된다. 카드채의 신용등급 하락이 현실화될 경우 카드채 가격의 급락과 MMF 환매사태는 걷잡을 수 없는 상태에 돌입한다. 일부 MMF는 최고 50% 이상을 카드채로 채워넣고 있을 만큼 MMF의 상당부분은 카드채로 구성돼 있다. 국민투신운용 백경호 사장은 "SK글로벌 사태의 파장이 카드채를 비롯한 채권시장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며 "투자자들을 안정시킬 수 있는 정부차원의 특단의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투신권 전체로 약 1조원의 SK글로벌 채권 및 CP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제일 현대투신 등이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다. 현대 등 대형 투신사들은 펀드 내 SK글로벌의 채권비율을 제외한 나머지만 부분적으로 환매에 응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투신사는 고객의 환매를 적극 만류하며 사실상 환매를 거부하고 있기도 하다. 장진모·박민하 기자 haha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