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풀죽은 경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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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국내 경제사정은 말 그대로 '화불단행(禍不單行)'이란 말을 절감케 한다. 북핵 사태,임박한 미·이라크 전쟁에다 SK글로벌 분식회계건까지 겹치면서 금융시장이 휘청거리고 있다. 주가·금리·통화가치가 요동치고 있고 경제주체들도 "끝은 대체 어디인가"라며 공황상태로 치닫고 있다.
"펀더멘털(기초 경제조건)이 괜찮기 때문에 북핵사태만 진정돼도…"라고 말하던 정부당국자들도 이젠 입을 닫았다. '기초체력'이 아무리 강해도 이런 악재들엔 견뎌낼 재간이 있을 리 없다.
상황이 급박해서인지 요즘 김진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의 얼굴을 보기가 힘들어졌다.
김 부총리는 취임(2월27일)후 휴일을 뺀 8일 동안 모두 8차례 외부 회의를 가졌다.
하루 한번 꼴이다.
경제장관 간담회,청와대 업무보고,민간·국책연구기관장 간담회 등을 통해 내로라하는 브레인들을 모아놓고 경기해법을 찾았다.
그러나 뾰족한 수가 있을 리 없다.
기껏해야 재정 조기집행을 독려하겠다는 계획을 반복,발표하는 수준이다.
그러나 정작 김진표 경제팀을 힘들게 하는 것은 따로 있다는 게 과천 경제관료들의 토로다.
해법을 못찾는 것도 그렇지만 경제가 어려울 때 이를 책임지고 헤쳐나갈 만한 '힘'을 지원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예컨대 김 부총리는 지난 10일 법인세율 인하 문제와 관련,노무현 대통령으로부터 "특정세율 인하에만 국한하지 말고 전체적인 세제 틀에 대한 종합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하라"는 지적을 받았다.
그 다음날엔 국무회의 석상에서 "가계대출 문제에 대해 구체적인 해법이 없다"는 질책도 받았다.
위에서 깨지니 밑에서도 조용할 리 없다.
박봉흠 기획예산처 장관은 재정을 적극 활용하자는 의견에 "균형재정의 틀을 깰 수 없다"며 반대하고 있다.
물론 새 정부가 '토론문화'를 주창하는 것은 옳은 방향이고 장려할 만하다.
그러나 지금은 '비상시국'이다.
경제주체들의 심리를 안정시키기 위해서도 정부는 김 부총리를 중심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필요가 있다.
대통령과 경제장관들이 안정된 호흡을 맞추지 못한 채 삐걱거리는 모습도 '경제불안 요인'의 하나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 같다.
박수진 경제부 정책팀 기자 park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