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중인 현역 군인이 대구지하철 방화 참사로 실의에 빠진 실종자 유가족들을 위해 1주일째 자원봉사 활동을 펼쳐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주인공은 육군 충일부대 소속 이희국 상병(23·경북 경산시). 성균관대 불어불문학과를 휴학하고 입대한 이 상병은 지난 4일 9박10일간의 정기휴가를 받아 귀가한 뒤 6일부터 대구시민회관에 마련된 실종자 유가족 숙소에서 유가족들과 함께 숙식을 해결하며 자원봉사 활동을 펼쳐왔다. 한때 유가족들로부터 노숙자로 오인받아 숙소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그는 그동안 가족을 잃은 슬픔에 고통스러워하는 유가족을 위해 청소를 비롯 각종 어려운 일들을 도맡아왔다. 특히 이 상병은 부대에서 의무병으로 근무한 경험을 살려 유가족들의 혈압을 점검해주는 등 건강도 꼼꼼히 챙겼다. 그는 또 모처럼의 휴가를 받아 부모로부터 받은 용돈도 유가족들을 돕기 위한 성금으로 냈다. 이 상병은 "휴가를 받기 전 부대에서 TV를 통해 대구지하철 참사 현장을 보면서 자원봉사 활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남모르는 곳에서 묵묵히 자원봉사활동을 하는 다른 봉사자들로부터 배운 점이 더 많았다"며 쑥스러워했다. 실종자 유가족들은 노고에 감사의 뜻을 표하기 위해 13일 오전 부대로 복귀하는 이 상병에게 십시일반으로 여비를 마련해주고 육군참모총장에게 편지도 보내기로 했다. 대구=신경원 기자 shi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