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不老長生' .. 권용욱 <노방클리닉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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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kwon@nobangclinic.co.kr
"무슨 일을 하세요?" "의사입니다." "전공은요?" "노화방지클리닉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노화방지요? 그런 클리닉도 있습니까? 그런데 정말 노화를 막을 수 있습니까?" "에이,생로병사는 자연의 법칙인데 그걸 어떻게 막아." "그래도 의학이 엄청나게 발전했으니까 무슨 방법이 있을 거야.인간복제도 가능한 세상인데 뭐."
이런 논쟁이 벌어지다가 모두 궁금한 얼굴로 필자를 쳐다본다.
모두들 명쾌한 결론을 듣기 원하지만 이에 대한 필자의 대답은 '둘 다 맞다'이다.
과학과 의학이 엄청나게 발전해 장기이식은 물론 인간복제까지 가능한 세상이 되었지만 인간의 최대수명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은 아직 없으며(조만간 가능해지리라고 기대하고 있기는 하지만) 노화를 완전히 막을 수 있는 방법도 아직 없다.
"아니오"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러나 노화를 완전히 막을 수는 없어도 노화의 진행을 더디게 하는 방법이 지속적으로 개발돼 왔으며,몇몇 노화 증상은 멈추게 하거나 심지어 되돌려 놓을 수도 있다.
예를 들면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팔다리 근육의 감소와 복부비만의 증가는 적절한 운동과 식이요법,호르몬 보충요법 등을 통해 예전처럼 되돌려 놓을 수 있으며 이렇게 될 경우 건강수명을 10년 정도 연장시키는 효과가 있다.
현재의 의학 수준으로 노화를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 하더라도 '막을 수 있는 것은 예방하고,막을 수 없는 것은 진행을 최대한 지연시키자'는 것이 노화방지의학의 목표인 것이다.
"예"라고 대답해도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혹자는 노화는 자연의 섭리이자 인간의 운명인데 그것을 막아보려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며 신에 대한 도전이 아니냐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인류는 그동안 환경과 운명을 체념하고 받아들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능동적으로 변화시키며 살아온 '운명을 거역하는 존재'다.
노화의 원인을 밝히기 위한 도전에 힘입어 20세기 후반부터 노화의 비밀이 하나씩 밝혀지고 있으며 이에 발맞춰 노화방지의학도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노화방지의학에서 현대판 불로초라고 불리는 호르몬 보충요법,항산화제 요법 등은 그 서막에 불과하다.
줄기세포를 이용한 연구와 노화의 유전자를 발견,이를 조작하는 기술이 개발될 경우 인간의 수명이 얼마나 늘어날 지 예측하기 힘들 정도다.
영생을 누리지는 못할지라도 불로장생할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