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꼭 귀국하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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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한 경제부처 공무원이 뉴욕 근무를 마치고 귀국했다.
조촐한 환송연에서 그가 들은 얘기는 예사롭지 않았다.
함께 근무했던 미국 공무원들이 "서울로 돌아가지 않으면 안되겠느냐"고 근심스레 물어보더라는 것이다.
"아이들도 있고 해서 가야한다"고 했더니 "아이들을 미국으로 데려오면 어떻겠냐"고 다시 묻더란다.
미국인들은 한국에서 곧 전쟁이 일어날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대부분 이라크와 북한을 같은 선상에서 보고 있다.
미국 주요TV와 신문들은 연일 판문점의 북한군 모습,남북한 군사훈련장면 등 북핵 관련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기사의 양은 물론 논조들도 강경하다.
일반국민들 사이에 '이라크 다음에는 북한이구나'는 인식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분위기가 이러니 한국주식을 살 사람이 없다.
헤지펀드와의 거래비중이 높은 한 한국증권사 뉴욕법인은 지난달 '월별 사상 최고 약정'을 기록했다.
그만큼 팔자주문이 많았다는 얘기다.
증권사 법인장들은 "보유주식을 다 처분했는지 이제는 팔자매물도 뚝 끊겼다"며 "관망이 길어지는 건지,한국시장을 떠나는 건지 감을 못잡겠다"고 이구동성이다.
일부 중소형 헤지펀드회사들이 하나 둘 코리아 데스크를 해고하는 것은 '당분간은 한국을 잊겠다'는 신호로 해석되고 있을 뿐이다.
이들은 '헤지펀드 중심의 매도가 뮤추얼펀드나 펜션펀드까지 이어지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엎친데덮친격으로 SK사태가 터졌다.
최근까지 리보금리에 20∼30bp를 더한 수준이었던 한국계 은행들의 조달금리는 며칠새 '40∼50bp'를 더 줘야 하는 처지로 전락했다."북핵 지뢰밭위에서 터진 SK폭탄으로 한국을 보는 미국 투자자들의 눈은 더욱 싸늘해졌다"는 게 이곳 은행지점장들의 말이다.
미국 최대 회계법인의 한국담당 파트너는 '북한과의 전쟁 가능성'에 대해 "깡패가 싸움을 하고 싶으면 길거리에서 그냥 눈길이 마주친 사람도 불러다 주먹을 휘두른다"며 "국제사회에서 점점 외톨이가 되고 있는 미국이 지금 꼭 그런 심정일 것"이라고 말한다.
한치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는 얘기로 들렸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