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원유수급에 빨간불이 켜졌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12일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포함한 산유국들의 추가생산 여력이 거의 없어 이라크전쟁 발발시 수급에 큰 차질이 우려된다고 경고했다.


전세계 석유소비의 20% 가까이를 차지하는 미국의 민간원유 비축량도 지난주 27년 만의 최저치로 급감했다.


IEA 보고서의 영향으로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이날 서부텍사스중질유(WTI) 4월물은 전일대비 배럴당 1.11달러(3%) 급등한 37.83달러에 마감됐다.


1990년 10월16일 이후 최고치다.


◆OPEC 추가생산 여력은 하루 90만배럴 불과=IEA는 이날 월례보고서를 통해 3월 기준으로 OPEC의 추가생산 여력이 하루 90만배럴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이는 그동안 OPEC측이 주장해온 2백만∼4백만배럴의 절반에도 훨씬 못미치는 것이다.


산유국들의 생산 여력이 거의 바닥난 것은 2월의 증산폭이 컸기 때문이다.


산유국들이 유가급등을 틈타 잇달아 증산에 나서면서 2월 중 하루 평균 산유량은 전달대비 이미 1백96만배럴 늘었다.


IEA는 "이라크전쟁이 3월말 터질 경우 5월은 돼야 OPEC이 공급부족을 어렵게나마 보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쟁 발발시 '단기급등후 급반락'가능성 희박=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할 경우 유가가 '단기급등후 급반락'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90년 7월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하면서 3개월만에 3배 가까이 급등한 국제유가는 이듬해 2월 걸프전이 종결되면서 다시 급락했다.


하지만 당시는 OPEC의 추가 생산능력이 하루 6백만배럴을 넘었으나,지금은 이라크수출량(하루 1백73만배럴)도 충당하기 힘든 실정이다.


지난주 미국의 민간원유 재고량(2억6천9백80만배럴)이 75년 이래 최저치로 줄어든 것도 유가상승을 부추기는 또 다른 요인이다.


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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