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달라진 中 언론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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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 있는 로이터통신지국 사무실에 12일 오전 10시30분 한 괴한이 침입했다.
전직 철강노동자였던 범인은 '정부의 부패를 폭로하겠다'며 "TV카메라 앞에서의 인터뷰를 허용하지 않으면 폭탄을 터뜨리겠다"고 위협했다.
이 범인은 3시간30분 만인 오후 2시께 체포됐다.
이 사건에서 범행동기도 궁금하지만,중국 관영언론들의 신속한 보도도 눈길을 끌었다.
신화통신은 사건발생 1시간30분 뒤인 낮 12시에 인터넷을 통해 이 소식을 전했다.
소방차 출동 등 대치상황이 거의 실시간으로 보도됐다.
사건이 마무리되고 한참 뒤에야 사건의 경위를 밝히는 종전의 관행에 비추어 보면 '신속한'보도였다.
이 같은 신속 보도는 베이징대와 칭화대 폭탄 사고 때도 이뤄져 발생 2시간여 만에 소식이 전해졌다.
이를 두고 중국 지도부가 4세대로 옮겨가면서 언론관도 바뀌고 있다는 관측이 흘러나오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11월 16차 공산당 대회에 이어 오는 18일 폐막하는 전인대를 끝으로 4세대로의 권력이동을 마무리한다.
장쩌민 국가주석과 달리 후진타오 총서기는 언론보도에 과민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실제 장 주석은 상하이 시장과 당서기 시절 상하이사회보를 폐간하고,또 세계경제대보를 정간시킬 정도로 언론에 강경한 입장을 보여왔다.
톈안먼 사태 직후 집권한 장 주석으로서는 체제안정을 위해 언론통제가 불가피하다는 인식을 했을 수도 있다.
반면 후 총서기의 언론관에는 실용주의 노선이 깔려있다.
중국 중앙언론이 신속보도로 방향을 틀고 있는 것은 제때 보도하지 않을 경우 인터넷이나 휴대폰의 문자메시지 등 다른 매체를 통해 정보가 왜곡 전파될 수 있다는 현실 인식에 근거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연초 광둥성에 폐렴환자가 생겼을 때 보도가 통제돼 소문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괴질 공포감이 조성됐다.
중앙언론에서 신속히 보도했다면 괴소문으로 번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자성론이 일었다.
15일 국가주석 승계가 확실시되는 후 총서기의 집권으로 중국 언론계도 변화의 시대를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