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TV 일일극 '인어아가씨'에선 최근 아침식사를 생식으로 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고부간에 기싸움을 벌였다. 출근하는 시아버지와 남편을 위해 따끈한 밥과 국을 내놓겠다는 며느리 고집에 시어머니는 굴복했지만 시할머니는 "생식이 어때서"라며 버티고 있다. 연초 SBS TV의 '21세기 장수비법'에서 '아침을 거르고 하루 두끼만 먹는 게 좋다'는 주장도 나왔지만 아침엔 뭐든 요기를 하는 편이 좋다는 게 통설이다. '아침밥 저녁죽' '아침은 임금, 점심은 머슴, 저녁은 거지처럼'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라는 얘기다. 아침을 거르면 수면 중 떨어진 체온이 빨리 안오르고 혈당량도 부족해져 집중력과 사고력이 저하되고 생리적으로 불안해질 수도 있다고 한다. 아침을 매일 먹는 사람이 안 먹는 사람보다 지적 활동이 왕성하고 더 오래 산다고 하는가 하면, 서울시내 고교생 5천명을 시교육청 주관 모의고사 성적 상위 10%와 나머지 90%로 나눠 조사했더니 상위그룹이 아침밥을 많이 먹었다(59.4%와 40.3%)는 보고도 있다(가톨릭대 성기선 교수). 그런데도 우리 국민 가운데 중·고생(13∼19세)은 36.9%,20대는 45.4%,30∼40대는 21.5%가 빈 속으로 집을 나선다고 한다(보건복지부 국민 건강·영양조사). 이유는 많다. 등교·출근하기 바쁘다, 입맛이 없다, 화장실 가기가 부담스럽다, 다이어트 등. 하지만 미국 노스웨스턴대 린다 밴 혼 박사의 연구 결과 아침을 먹은 사람이 안 먹은 사람보다 당뇨병에 걸리거나 뚱뚱해질 확률이 37∼55%나 낮았다는 보도다. 광주 동구보건소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알아봤더니 아침밥을 굶는 쪽의 비만도가 먹는 쪽보다 2배 이상 높았다거나, 전주시의 최근 조사에서 살찐 학생의 46.2%가 아침을 굶었다고 답한 것과 비슷한 셈이다. 건강과 비만예방을 위해선 아침밥과 규칙적 운동이 필수고, 입학과 개학 인사 등으로 스트레스가 심한 봄철엔 특히 그렇다고 한다. 속이 더부룩하고 바쁘다지만 되도록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 움직이면 입맛도 생기고 화장실 부담도 덜할 게 틀림없다. 체력은 자신감과 행동의 원천이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