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 회장이 보유 지분을 채권단에 담보로 제공하고 계열사별 독립경영을 강화키로 함에 따라 SK㈜ SK텔레콤 SK글로벌 등 계열사들이 구체적인 독자 생존 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SK그룹에는 최고경영자들이 자신의 책임 하에 기업을 이끄는 전문경영인 체제가 자리잡을 전망이다. SK그룹 관계자는 13일 "SK계열사들은 앞으로는 각사별로 이사회에서 중요사항을 결정하고 그룹 총수나 구조조정본부의 간섭을 받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주력계열사인 SK㈜도 이날 기업설명회를 통해 "앞으로는 주주와 채권단의 이익을 최우선시 하겠다"며 독립경영체제 구축 방침을 천명했다. 또 "이사회를 중심으로 의사결정을 내리고 그 내용을 즉시 공시하는 등 투명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SK㈜는 이와 함께 불필요한 자산 매각 등을 통한 비상계획(컨틴젠시 플랜)을 마련하는 등 유동성 확보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논란이 되고 있는 SK글로벌 소유 주유소 매입건과 관련해 SK㈜는 "영업상 필요에 의해 선별적으로 사들일 계획이며 채권단과 주요 주주들과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SK글로벌에 대한 부당내부지원 등을 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SK텔레콤도 독자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SK텔레콤은 외국인 주주 등이 이사회로 참여하고 있어 그동안에도 그룹에 대한 내부지원을 거의 하지 않았다"며 "앞으로도 주주중시 경영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참여연대는 이날 SK텔레콤에 "SK글로벌의 부실이 다른 계열사로 전가되어서는 안된다"며 지원중단을 촉구하는 입장을 전달했다. SK텔레콤은 합법적인 범위 내에서만 SK글로벌에 대한 지원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SKC도 "글로벌측으로부터 유상증자 요청이 오더라도 주요 채권단이나 주주의 의견을 우선시할 것"이라며 계열사 증자에 참여하던 과거 관행에서 벗어날 것임을 분명히 했다. SK글로벌도 유휴자산 처분에 나서는등 자구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전국 3천8백개 주유소망 중 직영점인 7백70개의 일부를 석유사업자인 SK㈜에 매각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또 현재 보유하고 있는 SK텔레콤 주식 2백30만주(2.58%)와 명동 정보통신 사옥 등 기타 자산의 처분도 검토하고 있다. SK글로벌은 그러나 시중에서 소문이 돌고 있는 두루넷 네트워크 사업 매각설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이처럼 계열사별 독자경영이 가시화되면서 SK그룹에서는 전문경영인들의 역할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손길승 그룹회장이 'SK' 브랜드와 기업문화 공유 등을 통해 그룹 대표로서의 역할을 계속하게 되며 황두열 SK㈜ 부회장,SK텔레콤 조정남 부회장과 표문수 사장 등 주요 전문경영인들도 그룹 내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