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SK 후폭풍'] (해외 투자자 시각) 한국 신뢰도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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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대한 외국인투자자들의 신뢰가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
북한 핵개발 파문으로 한국의 지정학적 위험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SK글로벌의 분식회계 사태로 기업 투명성에 대한 의문마저 제기되면서 외국인투자자들이 한국 채권과 주식을 기피하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 직전과 흡사한 총체적인 위기감마저 고조되는 형국이다.
정부는 13일 한국은행을 통해 자금을 풀고 외환시장에 개입하는 등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조치들을 내놓았지만 외국인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다행히 국제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가 한국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지 않았고 장기 외국인투자자들도 기초 경제여건을 나쁘게 보지 않아 최악의 사태에는 이르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아직까지는 우세하다.
◆ 국제 금융시장 한국물 기피
외평채는 정부가 발행한 외화채권으로 금융시장에서 국가신뢰도를 보여주는 지표로 꼽힌다.
2008년 만기가 돌아오는 외평채 가산금리가 보름도 안되는 사이에 0.7%포인트 가까이 치솟은 것은 한국물에 대한 매수 주문이 거의 끊겼다는 얘기나 다름없다.
정부는 이달 말 10억달러 규모의 10년만기 외평채를 발행할 예정이었지만 가산금리가 너무 높아 연기했다.
발행시 가산금리가 1%포인트 오를 경우 연간 1천만달러, 10년간 1억달러의 이자를 더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현상황에서는 늦추는게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한국기업들이 발행한 해외 주식예탁증서(DR) 가격도 떨어지는 추세다.
한국전력 포스코 SK텔레콤의 DR 가격은 1주일 사이에 10% 정도 하락했고 현대자동차도 2.5% 떨어졌다.
삼성전자만 1조원 주식소각 등의 영향으로 조금 올랐을 뿐이다.
◆ 한국경제 전망 나빠져
외국 경제연구기관과 투자은행들이 한국을 바라보는 시각도 나빠지고 있다.
HSBC증권은 이날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1%에서 3.4%로 낮췄다.
환율도 연말에 달러당 1천2백90원대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유가 상승과 반도체가격 하락, 북핵 위기, 경제침체를 과소평가하는 듯한 한국정부에 대한 불안감 등이 복합적으로 감안됐다는 설명이다.
이에 앞서 국제통화기금(IMF)은 민간소비 감소와 세계경제 회복 지연, 유가 상승으로 올해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5.9%에서 5.5%로 하향 조정했다.
이밖에 아시아개발은행(ADB) 산하 지역경제조사국(REMU)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5.6%에서 5%로 내렸고 영국 이코노미스트 산하 경제조사기관인 EIU는 4.6%에서 4.1%로, S&P는 5.7%에서 5%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 국제금융 위기 진정될까
무디스가 한국의 신용등급을 현행(A3.부정적)대로 유지한다고 이날 발표한 것은 그나마 호재였다.
북핵문제로 인한 긴장이 남아 있지만 한국의 기초 경제여건은 아직 양호해 상황이 다소 악화되더라도 국가신용도를 유지시키기로 했다고 무디스측은 밝혔다.
국내 주식시장에서도 외국인 장기투자자들이 한국을 대거 이탈하는 징후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단기성 투기거래로 외환시장에 혼란을 초래하는 헤지펀드의 움직임도 미미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기 가능성은 매우 높아지고 있으나 아직까지 총체적인 위기상황에 빠진 것은 아니라는 방증이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