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영국은 현재 이라크를 침공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세계 각국은 이에 대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그럼에도 독재자 사담후세인을 무장해제 시켜야 한다는 데는 광범위한 동의가 있는 것 같다. 유엔 안전보장 이사회도 후세인에게 대량살상무기 보유 실태를 공개하고 이를 파기할 것을 만장일치로 요구했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인가. 이라크 사태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외교정책(부시 독트린)이 적용된 첫번째 사례다. 부시 독트린은 크게 두줄기의 내용으로 이뤄져 있다. 하나는 미국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세계에서 군사적 패권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미국은 선제공격(pre-emptive action)의 권리를 가진다는 것이다. 이같은 내용의 부시 독트린은 오직 두가지 종류의 국가만을 인정한다. 하나는 미국이고 다른 하나는 부시 독트린을 지지 하는 국가들이다. 이때 미국의 주권은 다른 어떤 국제 협약에도 우선하는 것이다. 부시 독트린은 또 국제정치는 각 국가의 힘에 따라 좌우된다는 신념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것이 전적으로 틀린 말은 아니지만 과장된 면이 많다. 부시 행정부의 세계패권추구는 주식 시장의 버블형성 과정과 유사한 측면이 많다. 버블은 항상 충분한 현실적인 근거가 있다. 문제는 그것이 잘못된 개념에 의해 왜곡된 현실이라는 데 있다. 때문에 버블은 오래 가지 못한다. 또 늦게 꺼질수록 그 피해는 더 커진다. 부시 행정부의 패권추구과정도 이와 유사하다. 초기 부시 행정부를 지배한 이념은 "시장근본주의"와 "군사적 패권주의"였다. 적어도 9.11테러 전까지는 이 두가지 이념은 현실화되지는 못했다. 그러나 테러리스트들이 모든 것을 바꿔놨다. 테러리즘은 하나의 관념상의 적이다. 그것은 눈에 보이지 않으며 결코 사라지지도 않는다. 부시대통령은 테러에 대한 공포를 정교하게 조장했고,테러와의 전쟁을 통해 미국내에서 자신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들을 잠재웠다. 그러나 테러와의 전쟁은 미국의 대외정책의 기본 원칙이 될 수는 없다. 세계 모든 강대국들이 국가안보를 위해 테러와의 전쟁에 나선다면 그 결과가 어떻게 되겠는가. 부시의 정책은 이미 의도하지 않은 많은 부작용들을 유발했다. 미국과 유럽간의 동맹관계는 금이가기 시작했고,이로 인해 유럽연합(EU)도 분열됐다. 또한 초강대국 미국은 세계 많은 국가들에게 공포의 대상이 됐다. 세계 경제도 후퇴하고 있다. 주가는 연일 하락하고 달러가치도 떨어지고 있다. 특히 미국은 재정상태가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전이 단기간에 미국의 승리로 끝날 경우 극적인 반전을 기대할 수있다고 생각하는 듯 하다. 그럴 경우 국제원유가격은 떨어질 것이고 주식 시장도 되살아 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 소비자들의 닫혔던 지갑도 다시 열릴것이고 기업들도 투자를 재개할 것이라고 부시는 생각하는 듯 하다. 그러나 부시의 이같은 시나리오는 경제에서의 버블과 같은 것이다. 잘못된 개념에 의해 왜곡된 현실인식에 의해 생겨난 지나친 기대라는 것이다. 이 버블이 붕괴할 경우 통제 불가능한 사태가 올 지도 모른다. 아직 때가 늦은 것은 아니다. 지금이라도 안전보장이사회는 무기사찰 시한을 연장해야 한다. 전쟁은 그 이후에 해도 늦지 않다. 설사 전쟁이 여름에 치러진다 하더라도 유엔은 승리할수 있을 것이다. 이는 프랑스와 러시아도 제안한 것이다.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을 제거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이를 추진하는 부시대통령의 방법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진정 인류의 진보를 바란다면 미국은 국제사회에서 보다 건설적인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정리=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 -------------------------------------------------------------- 이글은 파이낸셜타임스에 13일자에 실린 조지 소로스의 기고문 "Bush's inflated sense of supremacy"를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