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야 3당이 어제 경제대책협의회를 가졌다고 한다. 경기가 급랭하고 있는데다 미·이라크전 북한핵에 SK글로벌 분식회계 충격까지 겹친 위기상황을 맞아,국정운영의 막중한 책임을 나눠지고 있는 정부와 정치권이 머리를 맞대고 대응방안을 논의한 것은 평가해야할 일이다. 이번 모임이 국가신용도 하락을 막고 불안해 하는 해외투자자들을 안심시키는데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리라고 본다. 물론 초당적 협력다짐이 처음은 아니다. 김대중정부에서도 5차례나 '경제난 극복을 위한 여야 정책협의체'를 구성했지만 경제난의 책임소재를 둘러싸고 정치적 공방만 벌였을뿐 별 성과는 없었다. 그러나 정치권이 정책을 통한 선의의 경쟁을 다짐하고 있고 경제사정도 워낙 좋지 않은 만큼 이번에는 여·야·정 협의체가 가시적인 성과를 내놓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자면 총론적인 논의 대신 구체적인 방법론에 대한 토론과 합의가 있어야 마땅하다. 기업부담 가중이 우려되는 상속·증여세 완전포괄주의와 증권분야 집단소송제만 해도 그렇다. 완전포괄주의를 도입해 변칙적인 상속·증여를 막자는 명분은 좋지만 과세표준을 어떻게 산정하느냐는 점에 대한 논의가 전혀 없는 게 문제다. 지난 96년 말 상속·증여세법 32조를 개정해 증여의제 과세대상을 포괄적으로 규정하고서도 증여세 과표 산정방법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아 사실상 사문화된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증권분야 집단소송제 역시 남소를 방지하기 위해선 소송 허용시점을 해당기업에 대한 형사소추 또는 감독기관의 검찰고발 이후로 제한하는 대목에 빨리 합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경기부양을 위해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고 기업의욕을 북돋우는 일이 급선무다. 그러자면 여·야·정이 구체적인 쟁점사항에 대해 충분히 논의하고 합의해야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