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출범한 검찰지휘부가 악화되고 있는 국내외 경제여건을 감안해 재벌총수들의 편법 증여.상속의혹 등 재벌비리 관련 수사를 유보할 뜻을 내비쳐 주목된다. 서영제 신임 서울지검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경제사건 등은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며 "혐의가 있다고 무조건 기소하는 것은 정의에 맞지 않고 수사시 국가의 균형 발전적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 검사장의 이런 발언은 재벌수사나 대북송금 수사 등을 명시적으로 거론하진 않았으나 최근 검찰 관련 가장 큰 현안이 이들 두 사안이라는 점에 비춰 사실상 두 사안에 대해 현재로선 수사할 뜻이 없음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검찰은 경제 고위관료 등의 '외압'에도 불구하고 SK수사 결과가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다며 "검찰은 수사로만 말한다"는 검찰내 금언을 자주 인용해 왔다. 그러나 지난 11일 SK그룹 수사 결과 발표 이후 SK글로벌이 은행공동관리에 들어가고 최태원 회장이 보유한 개인주식이 은행담보로 제공되면서 SK의 '그룹해체'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등 SK수사 파장이 경제계에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특히 이라크 전쟁, 북핵사태 등으로 흔들렸던 국내경제는 검찰의 SK그룹 분식회계 수사 여파로 인해 실물 경제지표와 주가, 환율, 금리 등 금융지표가 일제히 악화되면서 급속히 위기국면으로 치달았다. 검찰이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SK수사로 야기된 이같은 경제악화 상황을 검찰로서도 외면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서 신임 검사장의 언급은 SK수사 이후 시민단체로부터 편법 증여.상속혐의로 검찰에 고발돼 전전긍긍하고 있는 대기업들을 안심시키고 경제활동에 전념케 하려는 검찰 수뇌부의 의중이 실린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노무현 대통령,고건 총리 등도 SK수사가 검찰이 단독으로 결정한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경제에 충격을 주지 않도록 하겠다고 안심시킨 점도 검찰의 '수사유보'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검찰 새 지휘부가 검찰에 떠넘겨지는 듯한 경제악화 책임론에 따른 부담을 서둘러 떨쳐버리기 위해 SK그룹 수사의 문제점을 은연중 부각시킨 것이란 시각도 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