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밤 이뤄진 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간 "전화회담"의 주의제는 북핵문제와 미국의 대이라크전과 관련된 것이었다. 이번 양국 전화회담에선 한.미간 미묘한 시각차를 보여온 북핵 문제에 대한 입장이 정리된 것이 큰 성과이다. 양국 정상은 북핵 문제에 대해 "평화적으로 해결한다"는 원칙을 거듭 확인했다. 두 정상은 한반도에서 긴장이 급속히 고조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 한 것이다. 양국 동맹관계에 대해서 부시 대통령은 "한.미 동맹은 미국 외교정책의 초석"이라고 강조했다. 이 문제를 둘러싸고 불거진 한국내 "안보논란"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부시 대통령은 노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 한.미 동맹 관계를 수평적으로 재조정하려는 노력과 북핵해결에서 우리 정부의 주도적 역할을 주장한데 대해 다소 불편한 시선을 보낸 것이 사실이다. 북핵문제와 관련,미국은 한반도 주변 국가들과 다자간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한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대해 한국은 북핵문제가 이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된 마당에 다자해결 방식을 거부할 수 없지만 그 틀 속에서도 북.미 양자대화의 병행을 주장,다소간 이견도 노정됐다. 양국은 오는 5월초로 예상되는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같은 이견을 조속히 봉합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이날 통화에서 양국정상이 북핵을 둘러싼 구체적 대화방식까지 거론한 것은 아니지만 노 대통령이 "허심탄회하게 대화할 것"을 강조,시각차를 좁힐 가능성이 높아졌다. 북핵문제로 경제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시점에 양국 정상이 평화적 해결을 강조한 것도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 이날 전화통화는 대이라크전을 앞두고 있는 미국의 요청에 의해서 이뤄졌다. 현재 미국은 대이라크전의 유엔 안보리 표결 통과에 상당히 고전을 하고 있는 상황. 이라크 전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한국정부의 지지와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노 대통령이 "미국의 대이라크전을 적극 지원한다"고 천명한 것은 북핵 해결 과정에서 미국의 강경 입장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북한이 핵재처리 시설 가동등 강수를 둘 경우 대북 제재문제를 놓고 양국이 완전한 합의를 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