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로마 신화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출판계에 각종 신화 관련 서적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러나 '먼나라 이웃나라'의 저자인 이원복 덕성여대 교수는 그리스·로마 신화만이 신화라고 여기는 한국인들의 문화적 편식 현상에 대해 우려한다. 그는 최근 발간한 '신의 나라 인간 나라-신화의 세계'(두산동아,1만원)에서 서구의 신화뿐 아닌 각 문명권의 여러가지 신화를 소개함으로써 세계 각국의 풍요로운 문화 자산을 고르게 향유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이 책은 신화가 생겨나게 된 배경과 변화과정을 설명하고 세계 여러 신화들의 연관관계를 밝힌다. 또 신화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신들 및 영웅들과 함께 세계 중요한 신화들의 기본 내용을 지역별로 소개했다. 이 교수 특유의 재치있는 삽화와 대화체로 쓰여진 설명이 각국 신화들을 편하게 맛볼 수 있게 한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각 문명의 신화 속에서 의인화된 신들,영웅들,삶과 죽음에 대한 해석 등 공통점을 찾아낸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신화에는 많은 영웅들이 등장한다. 그리스·로마 신화에는 헤라클레스 아킬레스가 있으며 고대 바빌로니아에는 영웅 길가메시가 존재했다. 한국의 환인과 환웅,일본의 아마테라스와 호노기기도 신과의 관계를 통해 초인간적인 힘을 지니게 된 영웅들이다. 세계 모든 민족의 신화에는 또 죽은 자의 세계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메소포타미아 지방의 고대 수메르 인들은 죽은 자가 한번 들어가면 다시 돌아올 수 없는 나라 '쿠르'가 있다고 믿었다. 바빌로니아와 앗시리아에서는 죽은 사람의 거처를 '아랄루'라 불렀다. 저자는 이같이 각국 신화에는 문명과 시간을 초월하는 철학이 숨겨져 있으며 이 또한 현대인이 신화에 매료되는 이유 중 하나라고 강조한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