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식회계 파동이 기업 회계에 자동화 붐을 일으킬 것이다." 데렉 윌리엄스 오라클 아시아퍼시픽(AP) 총괄 사장의 주장이다. 지난 13일 서울 삼성동 한국 오라클 본사에서 만난 윌리엄스 사장은 "SK글로벌 사태로 인해 한국에서도 미국처럼 기업 회계에 대한 관리 감독이 강화될 것"이며 "이는 전사적자원관리(ERP)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필요성을 다시 부각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기업 대부분이 ERP를 도입했다고 주장하지만 ERP의 본질이 통합관리라고 할 때 정석으로 ERP를 활용하는 곳은 포스코 정도밖에 없습니다. 나머지는 각 부서마다 따로 따로 전산 시스템을 사용하기 때문에 분식회계가 일어나는 것이죠." 윌리엄스 사장은 "기업이 최근 버전의 ERP를 제대로 사용한다면 재무제표 조작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자동화 시스템으로 재무제표를 만들면 모든 사업 단위에서 숫자를 단 한 번씩만 입력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이를 취합해 소프트웨어가 자동으로 최종 숫자를 산출해내기 때문에 중간에 숫자를 수정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윌리엄스 사장은 기업회계에 대한 불신은 미국이나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최근 엔론 사태를 겪은 미국은 서베인스-옥슬리 법안을 통과시켜 각 기업 CEO와 CFO에게 '우리 회사의 재무제표를 내가 책임을 지겠다'는 사인을 하게 했죠.호주에서도 비슷한 법안을 곧 통과시킨다고 합니다. 엔론 사태가 미국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기업의 재무제표가 믿을 만한가라는 회의를 갖게 만들었습니다. 기업이 새로운 IT 투자를 할 때가 된 거죠." AP 전문가로서 한국 상황이 다른 아시아 국가에 비해 어떠냐는 질문에 그는 "상대적으로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한국은 북핵 문제까지 겹쳤으니 더욱 큰 불확실성에 직면해있습니다. 하지만 말레이시아와 홍콩에서 다국적 IT기업들이 신규 투자를 눈에 띄게 줄인 반면 한국에서는 그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지 않습니다. 다른 아시아국에 비해 한국의 경제 전망이 어둡지 않다는 증거지요. 하지만 오라클은 아시아 어느 나라에서도 투자를 줄이지 않았습니다. '불황일수록 투자하라'는 게 우리의 원칙이기 때문이죠."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