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사태를 둘러싼 미국과 프랑스의 대립으로 미국내 반(反)프랑스 감정이 격화되면서 미국에 진출한 프랑스 기업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프랑스계 호텔체인인 소피텔이 최근 프랑스 국기 대신 미국 국기인 성조기를 정문에 내건게 그 예다. 폴 샤로이 소피텔 대변인은 13일 "전체 투숙객의 70%를 차지하는 미국인들의 감정을 건드리지 않기 위해 지난주부터 미국내 8개 소피텔의 국기게양대에서 프랑스기를 내리기로 결정했다"며 "이는 고객과 근로자들의 안전 위협에 대한 예방 차원에서 이루어졌다"고 밝혔다. 프랑스산 치즈 배급업체 마크 레파버트 사장은 "일부 미국인 고객들로부터 적대적인 e메일을 받고 있다"면서 "그 중 일부는 정말로 모욕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고 전했다. 프랑스디즈니 경영진인 빈센트 쾰은 "회의에 참가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했으나 반프랑스 분위기 때문에 예정했던 일정(1주일)을 3일로 단축했다"고 말했다. 업무차 미국에 들렀던 프랑스의 고급 패션업체 지방시의 마세 드리스킬은 "가는 곳마다 국제 현안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면서 "그들은 60년 전 미국이 프랑스를 도와 해방시켜준 은혜를 잊었느냐고 물었다"고 전했다. 권순철 기자 i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