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글로벌이 1조5천억원대의 분식회계를 할 때 은행들도 직·간접적으로 연루됐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향후 분식회계와 관련된 손해배상소송이나 형사·행정처벌에서 은행들도 책임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서울지검 관계자는 14일 "SK글로벌이 2001 회계연도 결산에서 1조1천8백억원의 은행대출금(유전스·기한부수출환어음매입)을 누락시킬 수 있었던 것은 일부 은행이 대출잔액증명서(은행조회서)상의 '대출잔액'란을 공란으로 처리해줬기 때문"이라며 "이들 은행은 분식회계의 원인제공자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여신 규모가 컸던 3∼4개 은행은 대출잔액을 기재하긴 했지만 회계법인에 우편으로 보내야 할 은행조회서를 SK글로벌에 넘겨줘 결과적으로 서류 위조를 방조한 책임이 있다"고 덧붙였다. 은행조회서란 기업의 장부상 금융거래 내역이 실제와 일치하는지를 확인할 수 있도록 은행이 회계법인에 제공하는 서류로 해당 기업의 모든 은행거래 정보가 기재된다. 검찰 조사결과 지난 2000년말까지 대부분의 은행들은 SK글로벌에 대한 은행조회서에 유전스의 '대출한도'만 기재하고 '대출잔액'(현재 나가 있는 대출금)은 공란으로 처리해줬다. SK글로벌은 이 조회서를 유전스 대출잔액이 없음을 증빙하는 자료로 회계법인에 제시했고 회계법인은 이를 대출 잔액이 없는 것으로 해석해 줬다. 검찰은 또 이번에 적발된 2001회계연도 분식결산과 관련해서도 은행들의 책임이 가볍지 않다고 보고 있다. 2001회계연도 결산 때 대출규모가 큰 3∼4개 은행은 종전과 달리 조회서를 제대로 작성하긴 했지만 회계법인에 직접 조회서를 전달토록 돼 있는 규정을 어기고 SK글로벌에 넘겨줬다. SK글로벌은 은행에서 받아온 이들 조회서를 위조해 유전스 대출잔액을 공란 처리한 뒤 회계법인에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금감원은 검찰 의뢰에 따라 2001년은 물론 1998년 이후의 결산자료에 대한 분식 및 대출 규모를 조사 중이다. 김인식·오상헌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