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5일자) 결국 물러나고 만 유상부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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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부 포철 회장이 결국 사임했다.
지난달 포철 이사회가 주총 안건으로 임원선임의 건을 확정한지 한달 만에 정부와 일부 기관투자가들의 압력에 굴복하고 만 셈이 됐다.
주총에서 표 대결을 벌였다면 결코 불리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도 적지않았고 보면 역시 '한국적 현실'이라는 것을 새삼 절감하게 되는 장면이다.
우리는 자연인 유상부씨의 연임 여부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다.
누가 경영자가 되든 포철이라는 거대기업을 잘 끌고 갈 수 있으면 그만이고 또 국민경제에 기여할 수만 있다면 누가 최고경영자가 되어도 좋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민영화된 기업의 경영자 선정을 놓고 정부가 유무형의 압력을 가했다는 점,그리고 시장원리에 충실해야 할 기관투자가들이 정부의 대리인 역할을 수행하는 매우 좋지않은 전례를 남겼다는 점이다.
대통령과 경제부총리가 한마디씩 언급하고 정부의 관할 하에 있는 기관투자가들이 정부의 의중에 따라 민영화된 공기업의 경영자를 갈아치우기로 드는 일은 정말 여간 곤란한 일이 아니다.
정부가 한주(株)도 보유하고 있지 않은 민영화 기업에 대해 부당한 간섭을 했다는 점도 문제지만 그런 일이 민간 대기업에서 되풀이 될 가능성조차 전적으로 배제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걱정은 더욱 크다.
실제로 정부는 물론 일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국민연금과 기관투자가들이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하는 방법으로 민간기업의 경영에 개입해야 한다는 터무니 없는 주장까지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투명성을 빌미로 정부 또는 공공부문이 민간기업의 경영에 개입하기로 든다면 시장경제는 물론 자본시장의 기율은 일거에 무너지고 만다.
또 그것을 두고 시장경제라고 할 수도 없다.
민영화 기업의 경영자 선임절차가 분명치 않다고 해서 정부가 개입할 근거는 아무데도 없다.
시장의 문제는 시장에 맡겨둘 뿐 이를 빌미로 정부가 개입한다면 시장경제의 설 땅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