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금융읽기] 동반 위기설에 휩싸인 韓.中.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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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롭게도 비슷한 시점에 아시아 경제 3대 중심국인 일본과 중국,한국이 위기설에 시달리고 있다.
이달 들어 일본내에서 다시 제기된 3월 위기설의 실체는 이렇다.
현재 일본경제는 "좀비경제"로 불릴 정도로 활력이 떨어진지 오래다.
경기를 부양시키기 위해 모든 정책수단(signal)을 추진하더라도 경제주체들이 좀처럼 반응하지 않아 죽은 시체와 같다는 의미다.
일본경제 아킬레스건인 금융기관들의 부실채권도 개선되지 않자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사요나라 닛폰"이란 말이 유행할 정도로 외국자본들의 일본경제 외면현상도 심각하다.
올들어 마지막 희망을 걸고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감세 정책과 엔저 정책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으나 이것마저 여의치 못하다.
이 상황에서 3월말 회계연도 결산을 앞둔 일본기업과 금융기관들의 실적은 전후(戰後) 최악으로 추정되고 있다.
만약 부진한 실적이 주가에 반영돼 이미 8000선이 붕괴된 닛케이 지수가 추가 하락할 경우 대부분의 일본기업과 금융기관들은 유동성 부족사태에 내몰릴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일본 금융기관들과 기업들이 유동성 부족을 보완하기 위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에 빌려준 엔화 자금을 회수할 경우 유동성 부족문제가 주변 아시아 국가로 전염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아시아 국가들이 또 한차례 혼란을 겪게 된다는 시나리오가 바로 3월 위기설의 실체다.
중국경제도 위기설에 시달리고 있다.
현재 중국경제는 7~8%대의 높은 성장을 유지하고 있으나 약 4천8백억 달러에 달하는 금융기관들의 부실채권,10%가 넘는 대규모 실업문제,계층 혹은 도농간의 빈부격차,부정부패 등 내부적인 문제점도 심각한 단계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결국 이런 내부적인 문제가 밖으로 불거지지 않고 중국경제가 계속해서 성장하기 위해서는 고성장을 유지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현 시점에서 고성장을 하지 못할 경우 침체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중국경제 위기설의 실체다.
중국경제를 "자전거 경제(bicycle economy)"로 일컫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미 한차례 위기를 겪었던 한국도 다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잇따른 대기업 부도,정책대응 미숙 등으로 위기를 겪었던 97년 당시와 달리 북한 핵문제에 따른 지정학적 위험에다 현 정부의 적절치 못한 대응이 겹치면서 최근 우리 경제에 대한 해외시각이 흐트러지고 있다.
대내적으로는 외국인들이 한국증시를 떠나는 셀 코리아 과정에서 주가가 떨어지고 환율이 급등하면서 국내금융시장이 난기류를 보이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외평채 가산금리가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기업과 금융기관들의 해외차입여건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어 우려되는 상황이다.
만약 최근에 나타나고 있는 일련의 조짐들이 조속한 시일내에 해소되지 못하고 다음달부터 본격 시작되는 국제신용평가기관들의 신용등급 조정이 이뤄질 경우 우리나라 신용등급이 다시 하락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 있다.
이 경우 국제금융시장에서 우리나라는 위기상습국가로 내몰리게 된다.
그렇다면 현재 일본과 중국,한국내에서 일고 있는 위기설이 가시화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이 문제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국가위기(major crisis)와 경제주체위기(minor crisis)를 구별할 필요가 있다.
국가위기란 외환이 부족해 발생하는 위기인데 반해 경제주체위기는 개별 경제주체들의 현금흐름상에 문제가 있어 생기는 위기를 말한다.
현재 일본과 중국,한국의 외환보유고는 각각 4천6백억달러,2천8백억달러,1천2백억달러 이상이 될 정도로 외화가 풍부하다.
따라서 외화가 부족해서 발생하는 국가위기의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그러나 개혁과 구조조정을 통해 악화된 경제주체들의 현금흐름을 개선하지 않고서는 경제주체위기의 우려는 쉽게 해소되기 어려운 상태다.
바로 이 점이 최근 일본,중국,한국내에서 일고 있는 위기설의 실체이자 정책대응이 쉽지 않은 이유다.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