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불황을 겪고 있는 반도체 장비 및 재료 전문기업들이 중국 시장 개척에 사활을 걸고 있다. 지난 12일부터 14일까지 중국 상하이에서 '세미콘(SEMICON) 차이나 2003'이 열렸다. 반도체제조와 관련되는 장비 및 재료등을 만드는 기업들이 첨단 기술이나 제품을 선보이는 국제 전시회다. 한국을 비롯한 일본 미국등 세계 각국의 반도체 장비 전문기업들이 상하이를 중심으로 밀집해 있는 중국 반도체 회사들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전시회 마케팅'을 벌였다. 이번 세미콘 차이나에 참가한 한국 기업은 디아이 케이씨텍 파이컴 성도이엔지 아토 등 모두 31개사. 지난해의 11개사와 비교해 크게 늘어났다. 반도체 검사장비 회사인 디아이의 조윤형 부장은 "한국내 반도체 장비 수요가 얼어 붙어 있기 때문에 중국에서 돌파구를 찾으려는 기업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디아이의 경우엔 중국은 물론 대만의 반도체 기업들과 상담을 많이 했다"고 전했다. 파이컴은 최신 웨이퍼 테스트용 카드를 세미콘 차이나에 출품했다. 김해식 파이컴 이사는 "LCD(액정)검사장비를 주축으로 중국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며 "올해 중국시장에서만 1백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성도이엔지와 에스티아이도 올해 세미콘 차이나에 처음으로 부스를 마련했다. 특히 이들 회사는 공동으로 상하이에 현지 생산공장을 설립하고 이달 말부터 본격적인 영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성도이엔지 서인수 대표는 "상하이 공장 가동 일정에 앞서 바이어 확보를 위해 전시회를 십분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기업들은 중국에서 앞으로 8인치 반도체웨이퍼와 관련된 장비 및 재료가 많이 공급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LG실트론의 손지권 팀장은 "중국의 반도체 기술이 생각보다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며 "연간 4만장 정도인 중국의 반도체웨이퍼 생산 규모가 앞으로 4∼5년 안에 25만장 규모로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케이씨텍 관계자는 "중국내 반도체 공장이 한해에 3∼4개씩 생겨나고 있을 정도로 성장속도가 빠르다"며 "최근 들어 8인치 반도체 웨이퍼 생산량도 늘어나는 것이 특징"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세미콘 차이나에 참가한 기업인들은 중국에서도 과당경쟁 조짐이 보여 장비 가격이 인하되고 있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아토 관계자는 "중국 반도체 장비 가격은 국내의 동일한 제품과 비교해 20% 낮은 가격 수준에서 주문이 들어오고 있는 형편"이라고 지적했다. 상하이=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