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타오 주석을 정점으로 한 새 중국정부가 출범한 지난 주말.상하이 푸단(復旦)대학 L교수는 정계 분석을 요구한 기자 질문에 대뜸 "10년 후를 보라"고 답한다. 그의 얘기는 이렇다. 10년 전,중국 최고실력자였던 덩샤오핑은 정치권을 깜짝 놀라게 한 카드를 뽑았다.'후진타오'였다. 많은 지방정부지도자 중 한 명이었던 후진타오는 지난 92년 전당대회에서 핵심 권부인 정치국 상무위로 뛰어올랐다. 당시 그의 나이 50이었다. 그 후 후진타오는 장쩌민 주석 아래에서 후계자 수업을 받는 '공인'된 차세대 지도자였다. 해외 언론은 그를 '제4대세 리더'로 불렀다. 그 과정을 거쳐 후진타오는 당 총서기,국가주석에 오르게 된 것이다. 현재 최고 실력자 장쩌민 군사위주석 역시 10년 후를 겨냥한 새로운 인물을 찾은 것일까. '분명 있다'는 게 L교수의 얘기다. 그는 "중국지도부는 연령 제한이 있어 10년 단위로 크게 바뀌게 돼 있다"며 "최근 상하이 시장으로 승진한 한정(韓正)정도가 차세대 인물로 등장하는 게 아니겠느냐"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한 시장의 나이 이제 49세.후 주석이 정치국 상무위에 처음 진입할 때와 비슷하다. 그는 장쩌민 주룽지가 걸어온 길을 걷고 있다는 점,후 주석의 권력기반인 공청단(共靑團) 간부 출신이라는 점 등으로 일찌감치 주목받고 있다. 상하이방(상하이 출신 정치세력)과 후 주석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인물인 것이다. 물론 한 시장이 후 주석에 이어 제5세대 최고 지도자로 오를지는 불투명하다. 수많은 정치적 변수가 그의 앞길에 놓여있다. 분명한 것은 그가 성(省)급 지도자 반열에 오른 젊은 정치인중 가장 두각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후 주석이 10년 전 그랬듯 말이다. '장쩌민-주룽지'라인으로 대표되는 상하이방들은 지난 10여년 동안 중국 정치의 주류를 형성해 왔고,그 영향력은 아직도 여전하다. "한 시장을 제5세대 지도자로 지목했다면 상하이 세력이 30년쯤 권력을 쥐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L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상하이 정치인들은 지금 그것을 꿈꾸고 있는 지도 모른다." 상하이=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