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는 기억과 욕망의 감각이다.'


철학자 루소는 일찌기 후각을 이렇게 정의했다.


코로 맡는 냄새가 인간 무의식이나 정서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친다는 의미다.


후각은 인간의 오감중에서 제일 하찮은 것으로 여겨지기 쉽지만 '세상'을 경험하는데 있어 그 힘은 의외로 크다.


향기없는 꽃은 가치가 없고 코가 마비됐을 때는 산해진미도 그 '맛'을 잃는다.


생활이 풍요로워지고 '삶의 질'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냄새'는 산업의 중요한 화두로 부상했다.


'방향산업'이 성장하고 '향기마케팅'이 최신 마케팅 기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향기산업은 연간 1천억원대 규모로 추산된다.


그 대표주자인 방향제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방향제 부문의 지난해 시장 규모는 약 5백억원.


매년 10% 이상 커지고 있다.


현재 국내 가정용 방향제 시장은 미국계인 한국존슨과 영국계 옥시가 양분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과 CMS(www.cms.co.kr)가 전국 2백여개 슈퍼마켓을 대상으로 시장점유율(12일 현재 판매금액 기준)을 조사한 결과 옥시가 44.3%,한국존슨이 35.8%를 기록하고 있다.


품목별로도 두 회사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치열하게 선두를 다투는 추세다.


다음은 후발 주자인 LG생활건강(19.1%)이 좀 떨어져 선두그룹을 뒤쫓고 있다.


여타 시장조사에서도 옥시와 존슨이 박빙의 선두 다툼을 벌이는 가운데 지난해 말부터 옥시가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과거 방향제는 화장실의 불쾌한 냄새를 없애는 물건 정도로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에는 집안 분위기를 밝히는 '무형의 인테리어 제품'으로 그 인식이 바뀌는 중이다.


이같은 추세에 발맞춰 향도 진화하고 있다.


인공향에서 자연향으로 바뀐 것은 오래 전이다.


요즘은 1백% 천연향을 사용해 식욕을 억제하고,스트레스를 풀며,통증을 줄여준다는 고도의 기능을 강조한 제품이 속속 시장에 등장하고 있다.


옥시의 류옥현 부장은 "향기치료 효과를 강조한 아로마테라피 컨셉트가 주류 트렌드로 부상했다"며 "지난해 히트한 아로마겔의 여세를 이어가는 한편 에어익이라는 글로벌 브랜드로 동남아나 유럽시장 공략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70년대 초 방향제 시장을 개척했던 한국존슨은 '데오드란트(탈취)'라는 새 컨셉트로 시장을 넓힌다는 전략.


'그레이드'의 브랜드 매니저인 이정일 차장은 "최신 유행향인 허브향 제품을 밀기 위해 허브페스티벌을 포함한 관련 마케팅을 준비하고 있다"며 "뉴마켓으로 주목받고 있는 데오드란트나 자동차용 시장 공략에도 힘을 모을 것"이라고 밝혔다.


봄철은 대청소의 계절이자 '새기분'을 내는 상품들의 특수기인 만큼 제철을 맞은 방향제의 봄맞이 경쟁이 주목된다.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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