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稅風' 기업인 소환 "고민되네…"..검찰, SK수사로 경제 악영향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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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국세청 대선자금 불법모금 의혹 사건인 이른바 '세풍' 관련 기업인들의 소환여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검찰은 이미 SK그룹 수사가 금리.환율 폭등 등 국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에 세풍에 연루된 기업 수사가 자칫 SK 수사처럼 국가경제에 파장을 불러올까 내심 우려하고 있다.
특히 이라크 전쟁 위기, 북한 핵사태에서 비롯한 최근의 경제 위기가 검찰의 SK그룹 수사로 결정타를 맞았다는 비판을 안팎에서 받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성 짙은 '세풍' 재수사를 위해 기업인을 소환하는게 여간 부담스럽지 않다.
검찰은 16일 당시 한나라당 후원회 조직의 하나인 '부국팀' 멤버 등 관련자 3~4명을 추가로 출국금지 조치했다.
이에 따라 이 사건과 관련해 지금까지 출국금지된 인사는 모두 10여명에 이른다.
검찰은 앞서 지난 15일 '세풍' 사건의 주요 핵심 인물로 지목된 이석희 전 국세청 차장이 이번주 국내로 송환될 예정이어서 본격 수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검찰 수사관계자는 "경제상황을 고려해 기업인을 가능하면 소환하지 않을 생각이지만 이씨가 혐의를 부인하면 검찰이 공소 유지 차원에서 기업인을 부르지 않을 수 없어 고민"이라고 말했다.
'세풍' 사건에는 이미 사법처리 태풍을 맞은 SK그룹뿐 아니라 삼성, 현대, 대우, 동부, 동양 등 국내 굴지의 기업 24곳이 직.간접으로 연루돼 있다.
검찰은 이씨를 비롯한 주요 관련자 6명이 24개 기업으로부터 1백66억7천만원의 대선자금을 모았으며 개별적으로 한나라당에 추가로 전달한 것까지 합치면 전체 모금액이 2백3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이씨는 최근 미국에서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내가 연결시켜 준 자금은 10억원 정도"라며 "검찰이 밝힌 1백67억원은 기업들이 영수증을 받고 낸 한나라당 후원금까지 합쳐 부풀려졌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내 송환 후 검찰 조사에서 이씨가 계속 이같은 주장을 할 경우 검찰은 관련 기업 관계자를 불러 이씨와 대질심문을 벌이는 등 처음부터 수사를 다시 해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된다.
검찰은 이런 상황을 가급적 피하고 싶은 심정이다.
검찰이 "'세풍'은 이미 '죽은' 사건인 만큼 크게 주목할 필요가 없다"며 수사의 의미를 애써 축소하고 있는 이유가 이 때문이라는 말도 나온다.
서영제 신임 서울지검장이 취임 일성으로 "사건 처리에서 국가의 균형 발전적 측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밝힌 점도 수사팀에 고민을 더하고 있다.
반면 검찰은 관련 정치인 소환에는 적극적이다.
특히 송광수 검찰총장 내정자의 인사청문회와 대북 송금 의혹사건 특검법 원안 공포에 따른 여야간 화합 분위기와 맞물려 정치권에 미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지만 검찰은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정치권 상황은) 전혀 상관없다. 이런 것을 따지면 정치검사가 되는 것이다. 경제상황 외에 다른 외부 상황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