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특검 수용과 對北협력 .. 鄭璡永 <경희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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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대북송금관련 특검을 수용하기로 한 결정은 잘한 일이다.
거부권을 행사했을 경우 여야관계는 대치국면으로 치닫고,대북정책에 대한 의혹과 정부-기업-금융 사이의 투명성 결여가 새 정부의 국정운영에 큰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이에 비해 특검수용은 이 모든 측면에 있어서 새 출발을 위한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대북송금과 관련된 국민적 의혹들을 해소함으로써 새 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확보하는데 기여할 것이다.
DJ정부는 대북송금 사실을 전면적으로 부인해오다 퇴임 직전에야 현대의 대북사업 독점권에 대한 대가로 5억달러를 송금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대다수의 국민들은 이러한 해명에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대북송금이 정말로 현대의 대북경협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인지,정확한 규모는 얼마인지,어떻게 조성되었는지,DJ정부의 실세들과 국정원은 어떤 역할을 했는지,어떤 경로로 송금되었고,북한은 이 돈을 어디에 썼는지 여전히 베일 속에 가려져 있다.
물론 특별검사라고 해서 이 모든 의혹들을 속시원히 풀어낼 수는 없을 것이다.
남북관계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하고,대북송금에 관여했던 사람들의 수사협조를 기대하기도 어려우며,북한관련 부분에 대한 조사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특검은 남북관계 뿐만 아니라 우리의 정치 경제를 바로잡는데 있어 아주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첫째,대북정책의 투명성 확보를 위한 계기가 되어야 한다.
DJ정부의 햇볕정책은 어느 정도의 성과에도 불구하고,국민적 합의를 이끌어 내기 위한 노력이 없었고,비밀회담 비밀지원을 통한 대북정책 추진으로 그 성과를 인정받기 어렵게 되었으며,남북관계의 미래도 불확실하게 만들었다.
새 정부는 이번 사건으로부터 교훈을 얻어야 한다.
투명하고 국민적 합의에 기초한 대북정책만이 지속될 수 있고,북한에 대한 우리의 협상력을 강화할 수 있으며,북한의 실질적인 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
어렵고 더디겠지만 이것이 정도이고 민족통일을 위한 길이다.
정권차원의 단기적인 정치적 이익을 좇다가는 남남갈등만 부추기고,남북관계의 지속적 발전에도 방해가 된다.
분단상황의 평화적 관리와 협력적인 남북관계의 건설을 위한 일이라면,떳떳이 공개하고 국민적 지지를 받아 당당하게 추진하도록 해야 한다.
둘째,정경유착의 고리를 차단하고 기업과 금융의 투명성 제고를 위한 계기가 돼야 한다.
이번 특검을 통해 현대의 분식회계나 금융회사에 대한 정부의 압력행사가 밝혀지면,우리나라에 대한 대외신인도가 하락하고,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들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들을 묻어 둔다고 우리 경제에 대한 신인도가 높아질 리 없다.
지금 한국경제가 필요로 하는 것은 기업과 금융회사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정부의 확고한 의지다.
특히 대북 비밀송금과 관련된 문제는 분명히 밝히는 것이 외국투자자들의 신뢰를 얻는데 유리하다.
그들에게 우리 기업들이 더 이상 대북지원에 동원되지 않을 것이며 한국경제가 북한경제에 의해 발목잡히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인식시켜 주는 계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셋째,정치세력간 상호존중과 생산적 정치를 확립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노 대통령은 한나라당 단독으로 통과시킨 특검법을 원안대로 공포하면서 여야합의를 통한 개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여야도 원칙적으로는 이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내부 사정을 감안할 때 특검법 개정협상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더욱이 특검정국은 정치권의 재편과 정치개혁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민주당 구주류의 약화와 한나라당내 보수세력의 입지를 강화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특검이 국론을 분열시키고,북한으로 하여금 한국정치에 개입할 수 있는 틈을 만들어 줄 위험도 있다.
앞으로 4개월 동안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를 대북송금 특검이 과거의 잘못에 대한 반성과 화해를 바탕으로 원칙과 투명성이 지배하는 새로운 대한민국,새로운 시대를 여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jychung@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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