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시프트 '차이나'] (上) '붉은자본주의 행진 가속'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전면적인 샤오강(小康·복지)사회 건설을 향해 새롭게 빛나는(輝煌) 장정을 시작했다."
12년 간 중국 경제의 황제로 군림했던 주룽지 전 총리가 지난 5일 마지막 정부 공작(업무)보고를 하면서 남긴 말이다.
덩샤오핑의 개혁 개방 밑그림을 현실화했다는 평가를 받는 그가 중국경제의 패러다임 변화를 예고한 것이다.
국무원 관계자는 "후진타오 국가주석-원자바오 총리 주도의 신정부는 안정적이고 자율적이면서 경영환경이 가장 매력적인 체제를 만드는 데 주력할 것"이라며 경제운용의 주도권이 정부에서 시장으로,국유기업에서 사영기업으로 빠르게 이양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심판자,시장에 권한 넘겨=무한 정부에서 유한 정부로의 변신이 가속화된다(중국경제시보).
가격조정 등 정부의 역할이 축소되고 그 일을 시장이 떠맡는다는 것이다.
국유기업 개혁 역시 마찬가지다.
10조위안(1위안=1백50원)이 넘는 국유자산 관리의 핵심은 소유와 경영의 분리다.
소유자가 정부인 기업도 경영능력이 모자라면 시장에서 도태된다.
자연히 붉은 자본주의자의 행진은 보다 가속화되면서 사영기업은 중국 신경제의 파워군단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최근 도로건설 등 기초산업과 항공 등 '국유기업 고유영역'의 빗장을 사영기업에 완전히 열어 젖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신정부는 사영기업 육성이 고성장 신화를 지속하는 데 최대걸림돌인 3농(농촌 농민 농업)문제 해결의 관건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9억 농민 모두 농업으로 승부를 걸 수 없다"(우징롄 국무원발전연구센터 연구원)는 현실인식의 반영이다.
올 들어 농촌에서 도시로 흘러온 노동자(민농)의 법적 보호장치를 마련한 데 이어 이달초부터 농지 사용권 이전을 가능케 했다.
3농 문제 해결은 중국의 구매력을 확충,세계 수출기지에서 '소비대국'으로 거듭날 수 있는 발판을 제공할 것이다.
◆금융시장도 경쟁체제 도입=국유기업에서 사영기업으로의 권력이동은 금융개혁과 연계 추진된다.
신설될 국유기업에 돈을 퍼준 국유은행의 구조조정과 함께 민간 상업은행을 육성,자금의 왜곡된 배분을 시정하겠다는 것이다.
공상 등 4대 국유은행의 지점을 대거 폐쇄한데 이어 이들 은행을 해외에 상장시켜 부실을 털어낼 재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금리 자유화를 추진,스스로 대출기업 신용도에 따라 금리를 차별화할 수 있는 '금융사'를 육성하겠다는 전략도 갖고 있다.
◆해외진출 가속화=외자유치(引進來)뿐 아니라 중국 기업을 밖으로도 뛰게 하겠다(走出去)는 것도 후-원 체제의 정책기조다.
국내유통 감독과 대외교역을 총괄할 상무부를 신설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글로벌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대기업 그룹을 육성,해외상장을 지원한다는 방침과 맥이 닿아 있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