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패트롤] '이태원 상가' .. 외국인 발길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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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인 지난 16일 오후 3시 서울 이태원 해밀톤호텔 앞.
외국인 손님을 기다리는 모범택시들이 줄지어 서 있다.
하지만 한참을 기다려도 외국인들의 모습은 눈에 띄지 않는다.
해밀톤호텔 지배인은 "종전 80∼90%에 이르렀던 객실 예약률이 60% 이하로 떨어졌다"며 "특히 일본인 단체 관광객들이 많이 줄었다"고 말한다.
서울의 대표적인 외국인 거리인 이태원은 요즘 싸늘하게 식어있다.
북핵 위기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면서 외국인 관광객이 급감한 게 가장 큰 원인이다.
든든한 고정 손님이던 미군들이 발길을 돌린 게 두 번째 이유다.
최근에는 용산 미군기지의 지방 이전까지 논의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태원 상인들의 마음은 더욱 어둡다.
◆한산한 옷가게와 음식점=해밀톤호텔과 나란히 자리잡은 외국인 전용 쇼핑몰 안에는 옷,가방,기념품 등을 파는 가게들이 즐비하다.
하지만 상인 대부분은 신문을 꺼내들고 있다.
손님이 없는 탓이다.
2층에 있는 토산품 매장 점원은 "북핵 위기가 불거진 이후 외국인 관광객들이 눈에 띄게 줄었다"며 "작년 이맘때의 절반도 못 파는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쉰다.
1층 의류매장 주인은 "외국인 대상 옷가게들의 상당수가 전업을 생각하고 있다"며 "몇몇 상인은 옷가게 대신에 샌드위치나 핫도그를 파는 테이크아웃 매장을 열었다"고 말했다.
손님이 없는 것은 음식점들도 마찬가지다.
외국인 예약손님만 받는 한식전문점 '청사초롱'을 찾은 외국인은 오전 내내 단 두 팀.
이 때문에 30명이 넘는 종업원들은 점심시간이 끝날 때까지 할 일을 찾지 못했다.
일본인들에게 인기가 높은 불고기 전문점의 점원은 "최근에 일본인 관광객들의 예약 취소가 잇따르고 있다"며 "일본인들은 한국을 대단히 위험한 나라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한다.
◆폐업 속출하는 유흥주점=같은날 오후 8시.
이태원 유흥가에도 술집 네온사인의 강렬한 불빛이 행인들을 유혹했다.
하지만 지나가는 사람들이 네온사인 숫자보다 적은 형편이다.
'외국인 전용 바'라고 쓰인 간판이 무색하게 한국인 손님들만 눈에 띈다.
30개가 넘는 테이블 중 손님이 들어찬 곳은 서너 개 정도.
무대에는 '사이키 조명'이 돌아가고 있지만 춤을 추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서빙을 하던 수지 레이몬드(24)는 더듬거리는 한국말로 "손님이 뜸한 게 일년이 넘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가게의 주인은 "한때 60여개에 달했던 외국인 전용업소들의 60% 이상이 문을 닫았다"고 귀띔했다.
◆이태원의 명암=이태원의 역사는 30년이 넘는다.
60년대 후반 외국인 전용 술집이 하나 둘씩 들어서면서 태동한 이태원은 용산의 미군과 외국인 관광객들이 즐겨찾으면서 명소가 됐다.
현재의 모습으로 상가 윤곽이 잡힌 것은 80년대 중반.
이 무렵 녹사평역에서 한남동에 이르는 1.5㎞ 거리에 옷가게와 외국음식 전문점,기념품 가게들이 줄지어 들어섰다.
덕분에 88년 서울올림픽이나 2002월드컵 같은 국제행사 때마다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는 데 큰 몫을 했다.
하지만 미국 뉴욕에서 일어난 9·11 테러사건 이후 상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지금은 외부 수혈 없이는 독자 생존이 어렵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태원 관광특구연합회 성기완 회장은 "이태원은 주거지역으로 묶여있어 호텔이나 외국인 클럽 등 눈길을 끌 만한 시설이 들어서기 힘들다"며 "손님이 갈수록 감소하는 데다 관광특구를 키워나가려는 정부의 행정 지원도 미미해 마음이 답답하다"고 말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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