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진보적 시민단체(NGO)들이 잇따라 '반전'몰이에 나서고 있지만 재계 등 보수층은 '반전'분위기에 눌려 입장 표명조차 꺼리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비전투요원 파병문제를 놓고 여론 파악에 들어간 정부가 반대 목소리는 높은 반면 찬성쪽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 정도로 숨을 죽이고 있는 상황에서 어떤 방식으로 '민심'을 읽어낼지가 관심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가 최근 미국과 영국이 이끄는 연합군에 공병대 등 비전투 요원 파견을 검토했다는 보도가 나가자마자 시민단체들의 반전운동은 거세게 일고 있다. 참여연대는 "미국 내에서조차 외면당하는 부시 행정부의 전쟁 기도에 힘을 보태준 대가로 한반도의 평화를 보장받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이라크인 수십만명의 피바다 위에서 한반도 평화를 약속받는 뒷거래 외교는 있을 수 없는 일로 부도덕한 전쟁을 지원하겠다는 정부의 결정은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7백여개 시민.사회단체의 연대기구인 '전쟁반대 평화실현 공동실천'에 따르면 18일에도 참여연대 환경운동연합 녹색연합 민주노총 등 주요 단체가 함께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의 이라크전 파병결정 철회를 요청할 계획이다. 시민단체의 활발한 '활동'과는 대조적으로 보수층을 대변하고 있는 단체들은 파병과 관련, 입장 표명을 유보하며 입단속에 나서고 있다. 재향군인회조차 "조만간 있을 회장단 선거를 앞두고 있어 여력이 없으며 아직 입장을 정리한 것이 없다"며 '찬반' 언급 자체를 꺼렸다. 참여정부 이후 개혁의 대상으로 몰리면서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전경련 대한상의 등 주요 경제단체들은 이보다 더욱 몸을 낮추고 있다. 전경련의 한 관계자는 "성명서를 낼 계획이 아직 없다"며 "내부에서 파병문제를 논의한 적이 없어 가타부타를 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즉답을 피했다. 대한상의의 한 관계자도 "경제문제만 따진다면 미국과 관계를 돈독히 하는 것이 전후에 유리하지만 이번 건은 국민여론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질문 자체를 부담스러워하는 모습이다. 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